여자골프 이정은 전관왕 비결은 약점 없는 경기력

입력 2017-11-14 05:05
여자골프 이정은 전관왕 비결은 약점 없는 경기력

드라이버+아이언= 볼스트라이킹 능력은 1위…퍼트와 쇼트게임도 수준급

강철 체력에 승부근성과 영리한 경기 운영도 한몫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를 휩쓴 전관왕 '핫식스' 이정은(21)은 두드러진 장점이 없다.

장타력이나 아이언샷 정확도, 퍼트 등 어떤 부문에서도 1위는 아니다.

KLPGA투어에서 장타하면 김민선(22)이나 김지영(21)이다. 드라이버샷을 똑바로 치기로 소문난 선수는 김지현2(26)을 떠올린다. 아이언샷 좋기로는 김지현(26)과 고진영(22)을 꼽는다. 그린의 여왕은 이승현(26)이나 오지현(21)이다.

'이정은'하면 떠오르는 장기가 딱히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정은은 이렇다 할 약점이 없다.

비거리 11위(252.86야드), 페어웨이 안착률 12위(78.39%), 그린 적중률 3위(78.43%), 라운드당 평균 퍼트 5위(29.81개) 등이 말해주듯 기술적으로 취약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약점이 없을 뿐 아니라 고른 기량이 조화를 이룬 시너지가 크다.

이정은은 KLPGA투어에서 드라이빙 지수에서 1위를 차지했다. 드라이빙 지수는 비거리와 정확도를 함께 묶어 순위를 매긴다. 한마디로 비거리와 정확도가 다 같이 좋다는 뜻이다.

이정은은 KLPGA투어에서 드라이버를 가장 잘 치는 선수라는 해석이 가능한 이유다.

드라이버 뿐 아니라 이정은은 아이언을 잘 다룬다.

아이언샷 지수에서 배선우(23), 고진영(22)에 이어 3위가 이정은이다. 아이언샷 지수는 파4홀에서 티샷을 페어웨이에 떨궜을 때 얼마나 많이 두 번 만에 그린에 볼을 올렸느냐를 따진다. 그린 적중률과 마찬가지로 아이언샷 구사 능력을 반영한다.

당연히 이정은은 KLPGA투어에서 볼스트라이킹 능력이 가장 뛰어난 선수다. 드라이버 비거리와 페어웨이 안착률, 그린 적중률을 모두 합산한 히팅 능력 지수에서 이정은은 고진영과 김지현을 2, 3위로 밀어내고 1위에 올랐다.

이정은은 위기관리 능력도 2년 차 답지 않게 노련하다. 그린을 놓쳤을 때 파를 지키는 스크램블 부문에서 이정은은 9위에 올랐다. 벙커에 빠졌을 때 파 이상 스코어를 낸 벙커 세이브에서도 이정은은 2위를 차지했다.

이정은은 퍼트에서 최고는 아니지만 찬스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라운드당 4.2개의 버디를 잡아내 이 부문 2위 장하나(25)의 3.73개를 크게 앞섰다.

지금까지 KLPGA투어에서 라운드당 버디 4개 이상을 잡아낸 선수는 지난해 박성현에 이어 이정은 둘 뿐이다.

KLPGA투어가 측정하는 골프 기량 지수 전 부문에서 고르게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결과는 평균타수 1위(69.80타)다.

60대 평균타수 역시 신지애(29)와 박성현에 이어 역대 세번째다.

그러나 이정은의 진짜 강점은 강한 체력과 악바리 승부근성이다.

올해 이정은은 27개 대회를 치렀지만 지친 기색이 없다.

물론 시즌 중반에는 "힘들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했지만 시즌 최종전을 치르고 나서는 "좋은 성적을 낸 것은 체력 관리를 잘 한 덕"이라고 공개할 만큼 이정은은 강철 체력을 자랑했다.

이정은의 승부근성은 고비마다 빛났다.

가장 결정적인 장면은 9월 팬텀 클래식 2라운드였다. 4개홀을 남기고 4오버파로 컷 탈락 위기에 몰렸지만 3개홀 연속 버디를 뽑아내 1타차로 컷을 통과했다.

이정은은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한국여자오픈 최종 라운드 13번홀(파4)에서 이정은은 쿼드러플 보기를 했다. 사흘 동안 선두를 달리던 이정은은 김지현에게 역전패를 당했다.

앞서 S오일 챔피언십에서 이정은은 연장전에서 3퍼트 보기로 김지현에게 무릎을 꿇었다.

'트라우마'가 생길 법 했지만, 이정은은 이후 김지현을 압도하며 전관왕을 손에 넣었다.

이정은은 "세 번은 질 수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남다른 승부근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정은의 또 다른 무기는 영리한 경기 운영이다. 공격적인 플레이를 즐기는 이정은이지만 자신의 컨디션에 따라 게임 플랜을 바꾼다. 심지어는 연습 라운드를 거르기도 했다.

이정은은 그러나 올해 성과에 만족하는 눈치가 아니다.

"치고 싶은 샷이 많다"고 말했다. 왼쪽으로 살짝 휘어가는 드로 구질은 잘 구사하는 편이지만 오른쪽으로 휘는 페이드 구질을 필요할 때 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정은은 내년에는 강력한 페이드 구질까지 갖출 태세다.

100야드 이내 웨지샷 역시 이정은은 불만이다. 겨울 훈련에서 집중적으로 가다듬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약점 없는 이정은은 올 마이티 플레이어로 변신할 조짐이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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