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래 "김영한 민정수석, CJ영화 얘기하며 이미경 고발 요구"
우병우 재판서 증언…"공정거래법, 이념 규제하는 것 아니라 말해"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CJ에서 제작한 영화 콘텐츠를 문제 삼으며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을 고발하라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요청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CJ가 제작한 영화 '광해'나 '변호인'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눈 밖에 났고, 이 때문에 청와대에서 CJ E&M을 무리하게 고발하라고 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진술이다.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영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우 전 수석 재판에서 이같이 증언했다. 노 전 위원장은 2014년 공정위가 CJ CGV나 롯데시네마 등을 조사할 당시 위원장을 지냈다.
그는 이날 "발언권이 없는 고인에 관해 얘기하는 게 부적절하지만, 김영한 수석이 새로 부임했다면서 전화해 'CJ 이미경을 고발하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중에 청와대 국무회의에 갔다가 김 수석에게 '그때 이미경을 고발하라고 했는데 왜 그렇습니까. 저도 알아야 뭘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했더니 김 수석이 CJ에서 제작한 영화 콘텐츠 얘길 했다"고 증언했다.
노 전 위원장은 검찰이 "김 전 수석의 말을 구체적으로 얘기해달라"고 하자 "영화를 한 2개 얘기했는데 광해와 무슨 영화를 얘기하면서 그런 문제(콘텐츠 편향) 때문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김 전 수석의 말에 "공정거래법은 경쟁 제한이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는 것이지 이념을 규제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고 진술했다. 콘텐츠 문제로 고발하는 건 어렵다는 취지로 답했다는 것이다.
노 전 위원장은 김 전 수석에게서 들은 '이미경 고발 요구'를 최종 심사보고서가 나오기 전까지 부하 직원들에게 말하진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청와대에서 이런 게 있었다고 하면 조사의 객관성을 흐릴 수 있고, 공정위 독립성에 심대한 타격이 오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노 전 위원장은 "그 뒤 CJ에 대한 최종 심사보고서가 나온 뒤 국무회의에 가서 CJ E&M은 고발 요건이 안 된다고 했더니 김 수석이 '알았다'고 했다"며 "그래서 다 끝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그 뒤 우병우 당시 민정비서관은 신영선 당시 공정위 사무처장을 청와대로 불러 CJ E&M을 고발하라고 요구했다.
이후 당시 조사를 담당했던 김재중 시장감시국장은 공정위 전원회의에 참석해 CJ E&M에 대한 고발 의견을 개진했다.
노 전 위원장은 "김재중 심사관이 전원회의에서 고발로 제안하겠다고 하길래 '고발은 불가하다, 심사관이 고발 의견을 내도 위원회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 왜 공무원이 나서느냐'고 하니 김 심사관이 '하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보통 같으면 이런 걸 하지 않을 텐데 불가항력적인 뭔가가 있지 않았나 생각을 한다"며 "이 건 외에 어떤 곳에서도 사건 처리를 부탁하거나 지시했던 건 없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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