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스트롱맨들 첫회담…트럼프 "두테르테와 아주 좋은관계"(종합)
두테르테 "우리는 당신의 중요한 동맹"…美·필리핀 관계개선 의사
필리핀 대통령궁 "트럼프, 인권문제 제기안해"…백악관 "잠깐 불거져"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모두 '스트롱맨'으로 불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13일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은 이날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관련 정상회의가 열린 필리핀 마닐라에서 별도 회담을 하며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세력 대처와 양국 관계 증진 방안 등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기자들에게 자신과 두테르테 대통령은 '아주 좋은 관계'(great relationship)이며 "매우 성공적"이라고 말했다고 AP 통신 등 외신과 필리핀 언론이 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리는 당신의 동맹, 중요한 동맹"이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아세안 창설 50주년 갈라 만찬에서 바로 옆자리에 앉은 트럼프 대통령의 노래 요청을 받고 필리핀 인기가요 '당신'(Ikaw)을 가수 필리타 코랄레스와 함께 열창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아울러 거침없는 막말로 트럼프 대통령과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거친 말을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과의 유혈전쟁'과 관련, 인권 문제를 제기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이 쇄도하자 기자회견이 아닌 양자회담이라고 말했다.
해리 로케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40분간에 걸친 두 정상의 회담이 끝난 뒤 "인권문제는 제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로케 대변인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필리핀에서 마약의 위협에 대해 말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공감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공식적인 입장은 없었고 단지 머리를 끄덕였다"고 전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인권문제가 필리핀의 마약과의 전쟁과 관련해 잠깐 불거졌다"고 말했다.
양측의 설명이 다소 다르지만 필리핀 인권상황이 별다른 이슈가 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말 두테르테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할 때 마약 단속과 관련, "잘하고 있다"고 말해 필리핀의 인권 문제에 눈을 감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일으켰다.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1월 트럼프 대통령의 반 이민정책을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말하는 등 트럼프 정부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번 양자회담을 앞둔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이 인권 문제를 거론하면 "'내버려둬라, 상관할 일이 아니라'고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통 우방인 미국과 필리핀 관계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작년 6월 말 취임과 함께 기존 친미일변도의 외교노선을 버리고, 오바마 전 대통령이 수천 명이 숨진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 유혈소탕전을 비판하면서 경색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두테르테 대통령이 첫 정상회담에서 서로 우호적인 태도를 보임에 따라 양국 관계개선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이번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장 인근에서는 13일 '반트럼프' 시위가 벌어졌다.
1천∼2천명이 '트럼프 인형'을 불태우고 '트럼프 돌아가라', '미군 철수' 등의 피켓을 들고 거리 행진을 했다. 경찰이 물대포를 쏘며 저지하는 과정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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