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만덕고 끝없는 실험…"휴대전화 학교 맡긴다" 토론 결정

입력 2017-11-13 09:55
부산 만덕고 끝없는 실험…"휴대전화 학교 맡긴다" 토론 결정

등교시간 등 공론화 대토론회에 학생·교사·학부모 550명 참가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공론화 토론이 신고리 5·6호기 원전 건설에만 있는 게 아니고 우리 학교에도 있어요."

부산 만덕고가 등교 시간을 몇 시로 할 것인지와 휴대전화를 학교에 맡길 것인지 아니면 개인이 소지할 것인지를 놓고 대토론회를 벌여 눈길을 끌었다.

13일 부산교육청에 따르면 부산다행복학교(혁신학교)인 만덕고는 지난 10일 제2회 함박골 대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공론화 토론회에는 학생, 교사, 학부모 등 55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학생 10명, 교사 1명, 학부모 1명 등 12명씩 46개 그룹을 만들어 주제와 관련한 영상을 시청하고 3시간이 넘는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의 주제는 학생, 학부모의 가장 큰 관심 사안인 등교 시간과 휴대전화 관리 문제다.

등교 시간 문제는 학생·학부모, 학교 측의 의견이 늘 첨예하게 갈리는 문제였다. 너무 이르면 학생들이 아침밥을 거를 수 있고 잠을 설쳐 피로도를 높이는 등 학생들의 건강문제와도 직결된다.

그러나 학교 측에서는 학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찍 등교해 공부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날 토론에는 기존 등교 시간 오전 8시 외에 오전 8시 30분, 오전 9시 가운데 어느 시간으로 할 것인가를 놓고 토론을 거쳐 투표로 결정했다.

토론 후 1차 투표에서 과반수가 나오지 않았고 오전 8시 30분과 오전 9시 안이 결선에 올라 오전 8시 30분이 등교 시간으로 최종 결정됐다.



휴대전화 관리문제는 예상을 깨고 학생이 자율적으로 관리하지 않기로 결정돼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기존처럼 휴대전화를 아침 조례시간 후 일괄 반납해 학년 경영실 캐비닛 안에 보관한 뒤 정규 수업이 끝나면 찾아갈 것인지, 아니면 개인이 학교생활 내내 갖고 있을 것인지가 쟁점이었다.

결론은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관리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토론을 지켜본 김순덕 교감은 "휴대전화 문제는 개인 소지 요구가 워낙 많았던 터라 당연히 개인 소지로 결론 날 것으로 생각했는데 토론 과정에서 분실문제, 수업방해 문제 등이 거론되면서 기존처럼 학교에 맡기기로 결론이 났다"며 "이런 게 토론의 힘이 아닌가 실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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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결정된 것은 2018학년도 새 학기부터 적용된다.

등교 시간과 휴대전화 관리문제를 놓고 교육주체들의 토론과 투표 등 민주적 의사 결정 과정을 통해 결정하기는 만덕고가 부산에서 처음이다.

만덕고는 이에 앞서 2015년에도 등교복장, 등교 시간 등 3가지 주제를 놓고 공론화 토론을 벌여 결정한 바가 있다.

만덕고는 2015년 현 김석준 교육감의 공약인 혁신학교 선정 때 최종 선정된 10개 학교 중 고등학교로는 유일하게 포함된 학교다.

혁신학교는 주제별 통합교육을 하면서 토론과 독서, 현장·체험학습 위주로 교과과정을 운영한다.

당시 만덕고 학부모들은 현행 대입 교육에 맞지 않는 방식이라며 우려했지만 2016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서울대 1명을 비롯해 서울권 상위대학 10곳에 20명을 합격시키는 이변을 일으키면서 학부모들의 불안을 불식시켰다.

ljm70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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