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눈' 레바논총리 "위험한 레바논 상황 알리려 사퇴"(종합)
"레바논으로 곧 귀국할 것"…이란, 헤즈볼라 적대 여전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사드 알하리리 레바논 총리는 레바논이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전격적으로 총리직 사퇴를 선언했다고 주장했다.
알하리리 총리는 사우디아라비아를 3일 방문, 이튿날 이란과 헤즈볼라의 위협을 이유로 사퇴한다고 밝혔다. 그의 사퇴로 레바논은 순식간에 지역 열강 이란과 사우디의 대리전장이 됐다.
알하리리 총리는 12일 밤 방송된 퓨쳐TV와 인터뷰를 통해 사퇴 선언 뒤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내 사퇴가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레바논 국민이 지금 레바논이 위험한 상황이라는 점을 이 '긍정적인 충격'을 통해 알기 원한다"고 말했다.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대해선 "정파로서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어떤 세력(이란)이 레바논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좌시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밝혀 여전한 적대감을 표했다.
이란이 레바논에 내정 간섭한다는 주장은 사우디와 일치한다.
반면, 사우디 살만 국왕과 모하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주안점은 레바논의 안정과 경제, 민주주의라면서 두둔했다.
또 자신이 위협받고 있다면서 친이란 시아파 정권, 알누스라 전선(알카에다 시리아 지부격), 이슬람국가(IS), 알카에다 등을 위협의 주체로 거론했다.
그는 "나는 리츠칼튼 호텔(사우디 왕자들이 부패혐의로 구금된 곳)에 있지 않고 사우디에서 가족과 함께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우디가 그를 사실상 납치·감금하고 이란의 레바논에 대한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사퇴를 종용했다는 이란과 헤즈볼라의 주장을 반박한 셈이다.
사우디 왕가 내부와 전·현직 장관의 대규모 숙청과 같은 날 사퇴를 선언한 것은 우연의 일치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 관심은 목숨이 아닌 오로지 조국의 이익밖에 없다"면서 "내 사퇴 선언 역시 레바논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사우디에 체류 중인 그는 수일 안으로 귀국해 정식으로 사퇴서를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알하리리 총리의 인터뷰 직전 헤즈볼라와 우호적인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알하리리 총리가 사우디에 있는 동안은 그의 말을 의심해 봐야 한다"면서 "그가 자기 뜻대로 말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레바논 베이루트에는 알하리리 총리의 귀국을 기원하는 마라톤 대회가 수천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레바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해마다 열리는 마라톤 대회가 올해에는 스포츠 행사라기보다는 정치 행사로 변했다.
대회에는 대체로 알하리리 총리의 지지자들이 참가했다. 이들은 레바논의 단합을 촉구하고 지역 열강인 사우디와 이란이 자국 내정에 간섭하는 데 반대하는 의미에서 한목소리로 알하리리 총리의 조속한 귀국을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우리는 총리를 기다린다', '총리의 귀국을 원한다'는 손팻말과 그의 초상화를 들고 뛰었다. 대회장 곳곳에도 그의 귀국을 바라는 현수막과 대형 간판이 설치됐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