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유럽상의 "한-EU FTA 6년, 협상 업데이트 필요"(종합)
'2017 백서' 발간…자동차·보험 등 14개 분야 90개 건의사항 담아
주한EU대사 "다음달 7일 브뤼셀서 한-EU 고위급 FTA 관련 회의 예정"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가 한국의 지적재산권 보호 조치에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있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한국 정부가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노동자를 위한 보호 입법을 추진하는 것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를 표했고, 자동차 관련 일부 법규는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유럽계 기업들의 모임인 ECCK는 13일 서울스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17 백서'(2017 White Paper)를 발표했다.
ECCK는 "백서를 한국 각 부처 장관들에게 발송했고, 산업별 건의사항은 해당 부처 실무자들을 접촉해 설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 번째로 펴낸 올해 백서에는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유럽계 기업들이 지적재산권, 보험, 자동차 등 14개 분야에서 제기한 산업·규제 관련 건의사항이 담겼다.
크로스토프 하이더 ECCK 사무국 총장은 "한국과 EU가 2011년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이 성공적이라고 평가한다"면서도 "산업별로 변화하는 이슈가 있는 만큼 한국 정부와 추가 협상을 통해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이더 총장은 "이번 백서나 추가 협상이 한국 정부에 불만이나 불평을 제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유럽 기업의 시각에서 산업 분야의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CCK는 이날 발표한 백서에서 우선 한국에서 지재권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작년 실시한 ECCK 기업환경조사 결과 등을 인용해 "(관련) 법제와 단속이 충분히 효과적이지 않다"고 언급했다.
ECCK는 지재권 침해 사범에 대한 한국의 처벌 수위가 낮다며 "법률이 허용하는 최대치 형량에 가까운 정도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짝퉁'으로 불리는 위조품이 야간·주말 등에 공공연히 판매된다고 지적하면서 단속을 강화하고 인터넷·모바일로 이뤄지는 위조품 판매를 차단하기 위한 기술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 정부가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노동자에게 '4대 보험'을 제공하고 '노동 3권'을 보장하기 위한 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우려했다.
ECCK는 "관련 입법이 이뤄지면 보험회사가 보험설계사 유지·관리 비용으로 과중한 부담을 안게 된다"며 "입법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자동차 관련 분야에서도 요구와 건의가 이어졌다.
승용차 부문에서는 배출가스 인증을 위한 시험용 차량 관련 형식규제를 완화하고, 승용차 최저 지상고를 12㎝로 정한 규정을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리콜 관련 제도도 제작사에 행정적인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용차의 경우 다양한 차종의 도입이 가능토록 차량너비 기준(2.5m)을 유럽 기준(2.55m)으로 완화하라고 주문했다.
주류 유통과 관련해선 광고·포장·경품 관련 규제를 완화할 것을 요구하고 화장품 유통과 관련해선 기능성 화장품 심사 기준을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유전자변형식품(GMO)과 관련한 한국의 까다로운 표시 규정을 완화하고, 식품 수입검사 절차를 개선해 검사에 걸리는 시간을 줄여달라는 요구도 담았다.
제약·조선 등 분야에선 한국에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유무형의 장벽이 아직도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보건의료에 기여한 '혁신신약'의 가격을 우대하는 정책은 "실질적 차별 정책"에 해당한다며 글로벌 제약사에 대한 차별을 없애라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의약품 총액 제한제는 "제약산업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검토 중단을 촉구했다.
조선·해양 분야에선 한국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특혜가 주어져 불공정 경쟁이 유발되고 있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이 밖에도 해운물류 산업 발전 등을 위한 가상화폐 보안기술인 '블록체인' 도입을 서두르고, 외국 기업들이 한국의 조세 제도로 인한 사업상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개선을 요구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유럽연합(EU) 대사는 "한-EU FTA 개정과 관련해 한국과 EU 당국자들이 지속적으로 만나 논의하고 있다"며 "다음 달 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양국 통상장관급이 만나는 고위급 회담에서 FTA 등 통상 문제를 의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라이터러 대사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관련 질문을 받고 "FTA는 한국과 EU가 맺은 것이어서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더는 FTA 적용을 받지 않게 된다"며 "브렉시트 문제도 향후 협상 과정에서 논의하고 해법을 찾을 것"이라고 답했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ECCK 회장은 "한국과 유럽은 해가 지날수록 돈독한 무역·투자 파트너가 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산업별 규제와 정책 이슈를 다루는 발전된 백서를 출간하겠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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