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 김기민…'마린스키 왕자'의 품격에 객석 술렁

입력 2017-11-12 20:10
명불허전 김기민…'마린스키 왕자'의 품격에 객석 술렁

러시아 프리모스키 스테이지 발레단 내한 공연 리뷰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지난 1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첫 동양인 발레리노 김기민이 중력을 거스른 듯한 점프를 선보일 때마다 객석 이곳저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는 지난 9~12일 공연된 러시아 프리모스키 스테이지 발레단(러시아 마린스키 4극장 소속) 내한 공연에서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의 위엄과 품격을 객석에 증명했다.

시간이 정지한 듯한 긴 체공 시간, 빠르고 탄력 있는 회전은 명불허전이었다.

본래 '백조의 호수'는 신비롭고 어두운 호숫가에서 순백색 튀튀(발레 치마)를 입은 발레리나 24명이 한 몸처럼 날갯짓하는 군무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날 공연만큼은 23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세계 최정상 마린스키 발레단에서 활약 중인 김기민의 왕자 역할에 객석의 시선이 꽂혔다.

2011년 마린스키 발레단 입단 두 달 만에 주역 발탁, 2015년 수석무용수 승급, 작년 무용계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상 수상 등으로 한국 발레리노의 이정표를 새롭게 쓰고 있는 무용수인 만큼 국내 무용팬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백조가 돋보일 수밖에 없는 이 작품에서 김기민은 술잔을 치켜드는 작은 동작부터 2막에서 보여준 주특기 점프, 3막 마법사 로트바르트 날개를 찢는 장면까지 카리스마와 섬세한 표현력으로 객석의 감탄을 자아냈다.

여기에 같은 발레단 수석무용수이자 세계적 프리마 발레리나 빅토리아 테레시키나가 백조·흑조 역을 맡아 화려함과 우아함을 더했다.

그는 긴 팔다리로 백조의 시적인 날갯짓을 선보이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관능적이면서 기품 있는 흑조를 형상화했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UBC) 단장,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 이원국발레단의 이원국 단장 등 공연계 유명 인사들도 총출동해 이들의 공연을 지켜봤다.

다만, 프리모스키 스테이지 발레단의 군무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들은 2012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일환으로 지어진 마린스키 4극장 소속으로, 김기민과 테레시키나가 속한 1극장 소속 마린스키 발레단과는 정교함과 섬세함에서 차이를 보였다.

특히 호숫가 군무 장면에서는 발레리나들의 선과 각이 많이 흐트러진 탓에 '백조의 호수'에서만 느낄 수 있는 순백의 판타지가 객석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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