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인하 논의, 자급제 '먼저'…보편요금제 물 건너가나
이통사 반대에 여소야대 국회 상임위 통과도 '난관'
시민단체 "보편요금제는 의미있는 정책…실행 방안을 찾아야"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정부의 주요 통신비 절감 정책인 보편요금제 도입 논의가 2라운드에 돌입했다. 지난 10일 출범한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는 단말기 자급제와 함께 보편요금제 도입을 우선 논의키로 했다.
하지만 자급제와 달리 보편요금제는 이통사의 반발이 거세 적잖은 난관이 예상된다. 통신비 논의의 중심이 자급제로 옮겨가는 분위기도 보편요금제 도입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보편요금제 도입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입법예고절차를 마무리하고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 심사를 거쳐 연말 국회 상임위원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보편요금제는 월 2만원 수준에서 기존 데이터 최저 요금제보다 많은 음성 통화와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관련법 개정을 거쳐 내년 이동통신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을 통해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입법 예고 과정에서 이통 3사는 의견서를 내고 시장경쟁 위배, 투자 여력 감소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사의 반발에도 정부는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국회 통과가 쉽지 않으리라고 보고 있다.
현재 상임위원회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여당 측 위원이 총 24명 중 8명에 불과하다. 야당 측은 과도한 시장 개입과 알뜰폰 피해 등을 이유로 도입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증권가에서는 도입 가능성을 희박하게 보고 있다.
신영증권 장원열 연구원은 "보편요금제는 법 개정이 필요한데 여야 의원에 따라 찬반이 나뉘는 상황에서 야당 위원이 많은 소관위 통과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보편요금제는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 논의 순서에서도 자급제에 밀렸다.
정부·업계·시민단체 관계자들로 구성된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는 10일 첫 회의에서 주요 의제 가운데 단말기 자급제, 보편요금제 순서로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24일 열리는 2차 회의에서는 자급제가 먼저 논의될 전망이다.
이동통신서비스 가입과 휴대전화 판매를 분리하는 단말기 자급제는 6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통신비 절감 정책에서 제외됐지만, 이후 업계와 국회를 중심으로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자급제 도입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고, 통신 3사가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상대적으로 보편요금제는 후순위로 밀린 분위기다.
보편요금제 도입을 막기 위해 이통사들이 자급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이통사의 실익이 엇갈리는 자급제와 달리 보편요금제는 기존 요금 체계의 연쇄 인하를 불러와 3사 모두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공산이 크다. 하지만 완전 자급제가 실현되면 현 시장 체계를 전제로 한 보편요금제 추진 동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참여연대 안진걸 사무처장은 "자급제가 부상한 데는 통신사의 움직임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며 "통신사들이 통신비 절감 취지에 공감한다면서 자급제는 찬성하고, 보편요금제는 반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보편요금제는 의미있는 정책인 만큼 정책협의회에서 충분히 논의를 거쳐 실행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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