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한중관계 복원 후에도 한미관계 기본에 충실해야

입력 2017-11-12 18:25
[연합시론] 한중관계 복원 후에도 한미관계 기본에 충실해야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냉각됐던 한중관계의 복원을 공식적으로 재확인했다. 두 정상은 지난달 31일 공개한 '양국 관계개선 방안에 관한 발표 내용'을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모든 분야에서의 교류협력을 정상궤도로 조속히 회복시키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시 주석은 사드 합의에 대해 "새로운 출발이고 좋은 시작"이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1년 이상 진행돼온 중국 측의 유·무형 보복 조치가 당장 눈 녹듯 사라질 수는 없을 것이다. 어느 정도 시간은 걸리겠지만 정상회담까지 열어 재확인한 만큼 양국 관계를 최대한 이른 시일에 복원하기 위한 성의 있는 노력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 시 주석의 요청을 받아들여 내달 중 베이징을 방문해 다시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한중관계 복원을 넘어 두 나라의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 문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경제적으로나, 외교·안보적으로나 중국은 가까이했으면 했지 척을 져서는 안 되는 나라다. 그런 나라와 갈등을 접고 미래를 논의하는 것이니 여간 고무적이지 않다. 하지만 미·중 패권 경쟁 시대에 미국과의 동맹을 안보의 기본 틀로 삼고 있는 우리로서는 한중관계를 낙관만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이번 다낭 정상회담에서는 '3불(不)' 문제가 거론되지 않았다고 한다.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복원 추진 과정에서 밝힌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들어가지 않으며 ▲한미일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3불은 두고두고 우리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우리 외교당국은 "정부가 누누이 밝혀왔던 입장"이라며 "우리 국익과 안보상 필요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애초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이 그 세 가지 영역에서 주권을 포기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이뤄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과정에서는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의미가 없어서라기보다는 언급할 때가 아니라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국정감사 답변 도중 나온 3불 발언에 대해 "한국이 '약속'을 지키기 바란다"라고 했다. 나중에 우리 측 항의를 받고 '약속'에서 '입장 표명'으로 정정한 데서 알 수 있듯이 3불 발언에 큰 의미를 두고 중시한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미국이든 중국이든 어느 한쪽에서 문제로 삼고 나서면 사드 배치 때처럼 미·중 사이에 끼인 처지가 될 수도 있다. 그런 만큼 사전조율을 통해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우리 당국의 입장을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안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북핵 문제를 궁극적으로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로 뜻을 모았다. 각급 차원에서 전략대화를 강화해 나가는 데도 합의해 새로운 고위급 협의체가 구성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약화했다고는 하나 중국만 한 대북지렛대를 가진 나라는 없다.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 한반도 안보위기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꼭 끌어안아야 할 나라이고 그러기 위해 모든 가능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안보의 기본 틀인 한미동맹이 흔들리면 안 된다. 굳건한 한미동맹의 토대 위에 한중관계를 개선한다는 기본원칙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언제라도 우리 발걸음이 흐트러질 수 있다. 시 주석은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 맞춰 방한해 달라는 문 대통령의 요청에 "방한을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만일 사정이 여의치 못해 못 가더라도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럴 가능성은 작지만, 혹시라도 우리 정부가 하는 것을 지켜보겠다는 뜻이라면 정부의 분명한 입장을 보여주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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