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 이하 무대 평정한 정현, 차세대 선두주자로 공인

입력 2017-11-12 07:10
수정 2017-11-12 14:18
21세 이하 무대 평정한 정현, 차세대 선두주자로 공인

페더러·나달·조코비치·머리 '빅4'의 '넥스트 제너레이션'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한국 테니스의 유망주'로 불렸던 정현(21·삼성증권 후원)이 이제 세계 무대의 '차세대 넘버 원'으로 주목받게 됐다.

정현은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끝난 남자프로테니스(ATP)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총상금 127만5천 달러) 정상에 오르며 21세 이하 젊은 선수들 가운데 최강자로 우뚝 섰다.

이 대회는 21세 이하 선수 가운데 세계 랭킹이 높은 8명이 출전해 실력을 겨룬 무대였다.

세계 랭킹 54위인 정현은 출전 선수 8명 가운데 순위로는 다섯 번째에 불과했지만 상위 랭커들을 줄줄이 연파하며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출전 선수 가운데 세계 랭킹이 가장 높아 톱 시드를 받은 안드레이 루블레프(37위·러시아)와는 조별리그와 결승전에서 두 차례 만나 모두 승리를 따내면서 실력의 우위를 입증했다.

ATP 투어가 올해 이 대회를 창설한 것은 현재 21세 이하 선수들 가운데 앞으로 톱 랭커로 성장할 잠재력이 큰 선수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세계 남자 테니스는 2000년대부터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와 라파엘 나달(1위·스페인), 노바크 조코비치(12위·세르비아), 앤디 머리(16위·영국) 등 네 명이 메이저 대회 정상을 주고받는 '빅(Big) 4' 시대가 이어져 왔다.

하지만 네 명 가운데 최연장자인 페더러는 올해 36세, '막내'들인 조코비치와 머리도 30세로 서서히 선수 생활의 전성기를 지나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 '차세대 선수'들만의 경연장인 이 대회가 신설됐다.

정현이 바로 그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는 점은 앞으로 정현이 세계 무대에서 받게 될 주목도가 그만큼 커진다는 의미다.





사실 정현은 이 대회를 앞두고는 우승 후보로 부각되지 못했다.

올해 시즌 막판 나달을 물리치고 US오픈에서는 16강까지 오르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데니스 샤포발로프(51위·캐나다)나 톱 시드를 받은 루블레프 등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정현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샤포발로프를 꺾었고, 결승에서 루블레프마저 따돌리며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선수로는 2003년 1월 아디다스 인터내셔널 이형택(41) 이후 14년 10개월 만에 투어 대회 정상에 오른 정현은 1996년생으로 수원 영화초등학교와 수원북중, 수원 삼일공고를 거쳤다.

한국체대에 재학 중인 정현은 아버지(정석진 씨)가 삼일공고 테니스부 감독을 지냈고, 형 정홍(24)은 현대해상에서 선수로 활약 중인 '테니스 가족'의 막내다.

잘 알려진 대로 정현은 어릴 때부터 고도근시와 난시로 고생했고 이런 시력 교정을 위해서는 초록색을 많이 보는 것이 좋다는 이유로 테니스를 시작했다.

지금도 투어에서 드물게 시력 교정용 안경을 쓰고 코트에 나서는 정현은 이제 경기가 중단될 때마다 안경을 벗고 땀을 닦아내는 모습이 '트레이드 마크'가 되기도 했다.

그는 세계적인 권위의 국제 주니어 대회인 오렌지볼과 에디 허 인터내셔널 12세부에서 2008년 우승했고, 2011년에는 오렌지볼 16세부 정상에 올랐다.

에디 허 12세부, 오렌지볼 16세부 우승은 한국 선수 최초였다.





2013년 윔블던 주니어 남자단식 준우승을 차지하며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정현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남자복식 우승을 차지했고 2015년 광주 유니버시아드 단식 금메달도 목에 걸었다.

개인 최고 랭킹은 올해 9월에 기록한 44위, 메이저 대회 역대 최고 성적은 올해 프랑스오픈 3회전(32강) 진출이다.

이 부문 국내 기록인 이형택의 36위와 메이저 대회 16강(4회전) 진출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

이 대회 우승 상금 39만 달러(약 4억3천만원)를 받은 정현은 올해에만 상금 100만 달러를 넘게(104만 510달러·11억6천만원)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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