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범이 맡긴 범죄수익 '슬쩍'…현직 변호사 실형 확정
대법 "범죄수익이라도 적법하게 맡긴 돈은 가로채면 위법"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사기범이 맡긴 범죄수익을 가로채 개인적으로 쓴 현직 변호사에게 업무상 횡령죄가 인정돼 징역 3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2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전모(44) 변호사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은 관련 법리에 비춰 수긍할 수 있고,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고수익 해외투자를 미끼로 수백명의 투자자로부터 489억원을 가로챈 이른바 '맥심트레이더 유사수신 사기사건'의 주범인 신모씨는 2014년 9월 전 변호사와 범죄수익 중 50억원을 해외계좌로 송금하는 위탁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 돈이 범죄수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전 변호사는 송금하지 않고 20여억원을 개인 빚을 갚거나 사무실 비용 등으로 사용하다 적발돼 구속기소됐다.
재판에서는 신씨가 맡긴 돈이 민법상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민법은 불법을 원인으로 지급된 재산은 반환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다. 불법원인급여가 인정되면 전 변호사는 돈을 돌려주지 않아도 죄를 물을 수 없는 셈이다.
1, 2심은 "신씨가 전씨에게 의뢰한 것은 현행법 내에서 적법한 수단을 통해 송금해 달라는 것이지, 범죄행위를 의뢰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것은 아니다"며 불법원인급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변호사로서 고도의 윤리성과 사회적 책무를 지는 전씨가 의뢰인의 믿음을 저버리고 위탁한 금원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것은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자금의 조성과정에 반사회적 요소가 있더라도 자금의 위탁이 적법하게 이뤄져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면 불법원인급여가 아니다"며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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