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시진핑, '관계복원' 넘어 북핵 '큰그림' 그릴까
내일 다낭 정상회담 최대 화두…文대통령, 美·中정상과 북핵조율 마침표
文대통령·시진핑, '평화적 해결' 확인속 北대화 견인 해법 놓고 입장차
文대통령 '핵동결 입구, 비핵화 출구론', 시진핑 '쌍중단론' 조율 주목
文대통령 방중 계기 연내 韓中정상회담서 '북핵 로드맵' 성안 가능성
(다낭<베트남>=연합뉴스) 노효동 이상헌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11일 두번째 정상회담을 갖기로 하면서 북핵 문제에 대한 '큰 그림'이 그려질지 주목된다.
이번 회담은 그동안 양국관계의 걸림돌이었던 사드 갈등에 '공식적으로' 종지부를 찍고 미래지향적으로 관계를 복원하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지만, 양국이 직면한 최대 공통현안인 북핵 문제가 자연스럽게 중심화두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번 회동은 '시의적으로' 의미를 갖는다. 문 대통령이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한 지 4일만에 시 주석을 만나는 것이어서, 북핵 문제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G2(주요 2개국)를 상대로 정상 차원의 '조율'을 마무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주목해볼 대목은 양국 정상이 지난 7월 독일 함부르크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계기로 첫 정상회담을 할 당시 북핵 해결에 대한 기본원칙을 확인한 것이다.
당시 양국 정상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칙을 확인하면서 '압박'과 '대화'의 투트랙 접근 기조를 펴나가는데 뜻을 같이했다. 북한이 추가도발을 하지 못하도록 더 강한 제재와 압박을 가하되, 북한이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에 응하도록 서로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번 베트남 회동은 이 같은 기본원칙을 토대로 북핵 해결의 '방향'을 보다 가시화하는 쪽에 방점이 찍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양국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칙을 거듭 확인하면서 '대화와 협상 프로세스'를 새롭게 끌어내는 쪽으로 협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바꿔 말해 제재와 압박을 강화하며 '더 큰 채찍'을 가하면서 북한이 대화에 응할 수 있도록 '더 큰 당근'을 주는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9일 공개된 채널뉴스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북핵 문제가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점에서 한국과 중국은 같은 입장"이라며 "앞으로 그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전략적인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관전 포인트는 평화적 해결 원칙 속에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도하는 방식을 놓고 차이점을 드러내온 양국 정상이 어떤 공통분모를 도출해낼 것이냐이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의 핵동결을 '입구'로, 비핵화를 '출구'로 삼는 2단계 북핵해법 구상을 제시해왔다. 북한의 핵 동결을 시작으로 단계별 이행 과정에서 북한의 조치를 철저히 검증하고,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한국과 미국이 조율을 거쳐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나가 궁극적으로 핵무기와 핵물질을 폐기하는 단계에 이른다는게 골자다.
시 주석은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연합 군사훈련 동시 중단이라는 '쌍중단'(雙中斷)과 북한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동시 진행을 뜻하는 '쌍궤병행'(雙軌竝行)을 강조해왔다.
두 정상 접근방식의 최대 차이점은 바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핵동결과 연계할 것이냐의 여부다. 중국은 핵동결과 군사훈련 중단을 동시 추진하자는 입장이지만 한국은 현시점에서 이를 연계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지난 6월말 첫 방미길에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핵동결과 한미간 군사훈련은 연계될 수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 한미의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면 한미 연합훈련 축소를 논의할 수 있다"는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발언을 부정한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북·미간에 대화를 모색해보려는 기류가 생성되면서 우리 정부의 입장에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전날 채널뉴스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온다면 1단계로 핵 동결을 위해서, 다음 단계로는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위해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상응한 조치를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상황에 따라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축소 내지 중단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번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보다 창의적이고 정교한 해법을 모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두 정상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큰 틀의 '교감'을 할 경우 추후 문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열릴 한·중 정상회담에서 의미있는 결과물이 도출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 주석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의 방중을 초청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이달 또는 다음 달 세번째로 문 대통령과 시 주석간에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점쳐진다.
만일 두 정상간에 북핵문제에 대한 '큰 그림'이 도출된다면, 이는 미국과의 '통 큰' 담판을 지향하고 있는 북한으로 하여금 새로운 형태의 대화와 협상에 참여하도록 유인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에 따라서는 6자회담을 비롯해 다양한 다자, 소(小)다자, 양자 채널이 재가동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반도 문제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하는 러시아가 이 같은 흐름에 편승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지난해 5월 3단계에 걸친 '한반도 긴장완화 로드맵'을 제시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과 우호적 관계를 지렛대 삼아 모종의 '중재역'을 꾀할 수 있다는 의미다.
rh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