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이 트럼프에 준 2천500억달러 보따리는 실속없는 과시용"
美매체 "대부분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계약체결엔 오랜 협상 필요"
美업계는 단발성 경협합의보다 中시장의 구조적 장벽 제거 요구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방문을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으로부터 한 아름 받은 2천500억 달러(282조 2천억 원)짜리 경제 선물 보따리는 내용물을 풀어보면 "대부분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들로, 그대로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오래 걸릴 것들"이라고 블룸버그닷컴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 협약식 참석자는 항공기, 에너지, 농산물, 부품, 생명과학, 환경설비 등 품목에서 중국의 대미 구매 목록를 담은 이 보따리는 "모두 보여주기(show)용"이라고 말했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2천500억 달러라는 숫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기업과 일자리를 위한 기회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는 유용하지만 "실제론, 보따리에 든 15건의 합의 사항중 대부분"이 구속력 있는 계약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제 컨설팅 업체 APCO 월드와이드의 제임스 맥그레거 중국 지사 회장은 "내가 보기엔 모든 거래를 합해서 숫자가 커 보이도록 만드는 것은 미국과 중국이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시작할 때 썼던 과거 방식"으로, "중국이 막강한 경제력을 갖고 (미국에) 매우 파괴적인 산업 정책을 펴는 지금 상황에선 순진한 일"이라고 혹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기술을 과시하는 쇼일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시진핑 주석은 협약식에서 이번 경협합의를 두고 세계 2대 경제 대국간 "서로 이익이 되는" 전범이라고 치켜세웠으나 중국의 시장 개방에 대해선 자국의 "시간표와 지도"에 따라 추진할 것이라면서 미·중간 상호 "차이점들'에 대한 존중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실질적인 정책 변화를 압박하기 어렵게 됐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트럼프 백악관 관리 2명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에 앞서 중대 합의나 양보 조치들을 못 박기 위한 사전 작업이나 계획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사업가들은 오래 전부터 미국 기업에 대한 중국 시장의 문턱 낮추기나 중국 금융 시장의 개방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번에 이런 문제들에 관한 합의가 전혀 없다.
이번 경협의 실속 논란과 관련,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에 대한 중국 측 투자의 경우 실현된다면 총 430억 달러에 이르러 최대 경협 품목 중 하나이지만, 중축 측은 공동성명에서 알래스카산 LNG의 구매 "가능성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는 수준에 그쳤다.
또 관련 양해각서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중국 측의 호의를 보여준 것으로, 실제 계약을 위한 협상엔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중국의 한 관리는 말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 측이 보잉사로부터 약 370억 달러에 이르는 항공기 300대를 구매키로 합의했지만, 이중 실제 신규 주문은 몇 대인지 불명확하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막스 바우쿠스 전 주중 대사는 "중국이 수천 년래 써먹는, 상대를 속이는 전형적인 방식"이라며 "이 모든 의식엔 중국 측이 진지한 대화를 피하려는 의도가 일부 담겨 있다"고 주장하고 "행사가 화려하고 요란할수록 대화를 나눌 시간은 적은 법"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에 있는 미중기업협회의 제이컵 파커 부회장은 이번과 같은 경협합의도 좋지만, 중국 시장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구조적 장벽을 제거하는 게 더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중국 시장에 접근하기 위해 기술 이전을 강요당하거나 지배권을 100%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업계가 가장 원하는 것은 세계 제2대 경제인 중국 시장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 그리하여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달라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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