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지성들이 말하는 '면벽 수행 않고도 마음을 살피는 길'
안희경 인터뷰집 '사피엔스의 마음' 출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과학기술 발전과 물질 풍요 속에서 우리는 과연 행복한가. 왜 스스로 무엇인가를 선택한 뒤에도 끝없는 불안에 시달리는 것일까. 개인은 어떻게 자신의 힘을 의심하면서 거대 권력 앞에서 주눅이 들게 된 것일까.
이러한 물음에 답하고자 마음을 살피는 길을 찾아 떠난 여정을 정리한 책이 신간 '사피엔스의 마음'(위즈덤하우스 펴냄)이다.
저자인 안희경 씨는 국내에서 불교방송 PD로 일하다 2002년 미국으로 이주, 서구 사회에서 주목받는 성찰, 대안 활동을 소개하는 글을 기고해온 저술가다. 놈 촘스키, 재러드 다이아몬드, 장 지글러, 스티븐 핑커, 지그문트 바우만 등 세계 지성들과의 대화를 엮은 '하나의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2013)와 '문명, 그 길을 묻다'(2015)를 쓴 저자는 3부작을 매듭짓는 '사피엔스의 마음'을 내놓았다.
이번 책은 '마음'에 집중했다. 저자는 외딴 암자에서 모든 관계를 끊어내고 면벽수행하지 않고도 마음을 살피는 길을 지성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찾아보려 했다. 2014년 겨울부터 이듬해 가을까지 과학, 문학, 예술, 사회학, 철학, 종교 등 각 분야에서 '마음'을 다루는 13명의 지성이 작가의 인터뷰 요청에 응했다. 스티븐 핑커, 게리 스나이더, 마이클 가자니가, 로버트 트리버스, 이해인, 지그문트 바우만, 알렉산드라 야신스카 카니아, 이사벨 아옌데, 마루야마 겐지, 장쉰,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종림, 셸리 케이건이다.
진화생물학자인 로버트 트리버스는 우리가 고해에 갇힌 이유를 '기만'이라는 개념을 들어 설명한다. 학자는 타인을 속이는 기만과 스스로 속이는 자기기만이 얼마나 일상의 온갖 곳에서 벌어지는지, 이 사회 구조가 얼마나 그러한 덫을 교묘하게 설치했는지를 말한다.
현대미술가 크리스티앙 볼탕스키는 "매우 선한 일을 할 수도 있고 아주 악한 일을 할 수도 있는 인간 내면의 선악 단추를 누르는 것"으로 집단 권력을 행사하는 종교, 정치, 자본, 언론 등을 지목한다.
우리가 국가, 사회, 집단 이데올로기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진화심리학자 스티븐 핑커는 오랜 진화 속에서 인간이 동물로서의 본능을 제어하며 이뤄낸 협력의 힘, 이성적 조절력을 꺼내 든다. 뇌과학자 마이클 가자니가는 사피엔스의 '사회적인 마음'을 강조한다.
오늘을 사는 우리가 시대의 마음을 만든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책이다.
272쪽. 1만5천원.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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