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스타'가 '텔스타 18'이 되기까지…월드컵 공인구의 역사
최첨단 기능과 개최국 특성 접목해 공인구 제작
적응 어려운 기능에 선수들 불만 쏟아지기도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디다스가 10일(한국시간) 선보인 2018년 러시아월드컵 공인구 '텔스타 18'은 아디다스가 처음 만든 월드컵 공인구인 1970년 멕시코월드컵 공인구 '텔스타'의 '2018 버전'이다.
텔스타가 텔스타 18이 되기까지 수십 년 동안 월드컵 공인구는 더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위해 소재와 기능, 디자인 등에서 진화를 거듭해왔다.
1970년 이전 월드컵에서도 미리 정해진 특정 공이 쓰였다. 그러나 따로 이름을 붙이지 않거나 여러 공이 함께 쓰이는 등 공인구 개념이 정착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1930년 우루과이월드컵에선 결승전에 오른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가 전후반에 각각 자신들이 만든 공을 썼고, 1962년 칠레월드컵에서도 유럽팀들이 칠레에서 만든 공인구 크랙 대신 다른 공들을 쓰기도 했다.
그러다가 아디다스가 월드컵 공인구를 맡아 제작하기 시작하고 처음 선보인 것이 1970년 월드컵 당시 텔스타였다.
아디다스는 이후 월드컵마다 최신 기술을 적용하고, 이름과 디자인에 개최국의 특징을 반영해 공인구를 제작했다.
20개의 흰색 육각형 패널과 12개의 검은색 오각형 패널로 이뤄진 '텔스타'는 월드컵 경기의 TV 생중계가 처음 시작된 것에 맞춰 흑백 텔레비전 화면에 가장 돋보이도록 디자인된 공이었다. 이름도 '텔레비전 스타'에서 나왔다.
1974년 서독월드컵에서도 텔스타의 후속 모델인 '텔스타 두를라스트'가 쓰였다.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 선보인 '탱고'는 20개의 패널로 이뤄져 있고 패널 안에 삼각 무늬를 이으면 12개의 원이 되는 디자인이었다. 이후 1998년 프랑스월드컵까지 이 기본 무늬가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됐다.
폴리우레탄 코팅으로 방수 기능이 처음 추가된 1982년 스페인월드컵 '탱고 에스파냐'를 거쳐 1986년 멕시코월드컵의 '아스테카'는 처음으로 인조가죽으로 만들어졌다. 멕시코 아스테카의 전통적인 문양도 공에 차용됐다.
고대 에트루리아의 문명에서 모티브를 얻은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공인구 에트루스코는 처음으로 폴리우레탄 폼 안감으로 방수기능을 강화했다.
1994년 미국월드컵 '퀘스트라'는 '별의 향한 탐사'(quest for the star)라는 뜻에서 이름을 짓고 우주를 연상시키는 무늬를 넣었다. 공 컨트롤과 속도를 향상할 수 있게 제작됐다.
텔스타 이후로 정착된 흑백 무늬를 벗어나 다른 색깔이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 '트리콜로'부터였다. 프랑스 삼색기의 색깔인 빨간색과 파란색, 흰색으로 이뤄졌다.
2002년 한일월드컵의 '피버노바'는 익숙한 벌집 디자인에서 탈피해 단색 바탕에 4개의 커다란 황금색 삼각형 4개가 새겨진 모양이었다. 4개 삼각형은 한일의 균형적인 산업성장을, 그 안에 붉은 불꽃은 양국 경제성장 원동력인 불 이미지를 의미한다는 것이 아디다스의 설명이었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는 14개 패널로 된 '팀가이스트', 2010년 남아공월드컵엔 8개 패널로 된 '자블라니'가 쓰였다.
경기력 향상을 위해 최신 기술을 적용한 혁신적인 공이었지만 선수들이 쉽게 적응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선수들은 팀가이스트가 지나치게 가볍고 물에 젖으면 엄청난 가속도가 붙는다고 불평했다.
FIFA가 가장 '완벽한 공'이라고 자평했던 자블라니의 경우 브라질 골키퍼 줄리우 세자르가 '싸구려 슈퍼마켓 공'과 비교하고, 미국 골키퍼 마커스 하네만은 '악몽'이라고 표현하는 등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에 비하면 6개의 패널로 된 2014년 브라질월드컵 공인구 브라주카는 비교적 무난한 평가를 받았다. 처음으로 팬 투표를 통해 이름이 정해졌고, 아마존 강과 브라질의 열정을 형상화한 기하학적 무늬가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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