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6개월] "촛불혁명으로 탄생"…'적폐청산' 드라이브

입력 2017-11-10 05:01
수정 2017-11-10 09:37
[문재인정부 6개월] "촛불혁명으로 탄생"…'적폐청산' 드라이브

100대 국정과제 중 '1번'으로 '적폐청산' 제시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사건 조사…검찰, 국정농단 수사 박차

야권 '정치보복' 반발…여소야대 상황 속 협치 난관

고위급 낙마자 7명…野, 靑 인사·민정라인에 공세 집중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10일로 출범 6개월을 맞이한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임을 분명히 했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국가 비전으로 제시하면서, "'국민의 나라'는 국민이 나라의 주인임을 확인한 촛불정신을 구현하며, 국민주권의 헌법정신을 국정운영 기반으로 삼는다"고 설명했다.

또 권력의 사유화와 부정부패 등 한국사회에 만연한 모순과 부조리를 타파해 달라는 촛불혁명의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100대 국정과제 중 첫 번째 과제로 '적폐의 철저하고 완전한 청산'을 제시했다.

촛불정신의 실현을 기치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는 국정농단 수사와 권력기관 개혁 등 광범위한 적폐청산에 착수했다.

적폐청산의 첫 단추는 개혁의 선봉장을 임명하면서 끼워졌다.

문 대통령은 취임 당일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로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막후에서 주도한 서훈 전 국정원 차장을 내정하면서 국정농단의 온상으로 전락한 국정원을 전면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다음날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임명했다. 지난 정권 당시 국가의 사정권을 한 손에 쥐고 국정을 쥐락펴락했던 민정수석 자리에 진보 성향이 뚜렷한 법학자를 발탁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개혁인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수장에 '재벌 저격수'로 불리던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임명함으로써 대기업에 편향된 시장경제 질서를 바로잡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개혁 인사의 백미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임명이었다. 윤 지검장 인사 발표 당시 청와대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짧은 탄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를 맡았다가 좌천된 윤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한 것만으로도 대통령의 적폐청산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또 법무부 장관에 비(非)검찰 출신인 박상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임명함으로써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시도하는 한편, 검찰을 정권의 칼로 쓰지 않을 것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이 임명한 개혁의 선봉장들은 차근차근 권력기관의 개혁과 촛불혁명을 야기한 전 정권의 국정농단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국가정보원은 국내 정치와의 절연을 선언했으며, 개혁발전위원회와 적폐청산TF를 설치해 조직개혁과 적폐청산에 나섰다.

국정원 개혁위원회와 적폐청산TF는 넉 달 남짓한 시간 동안 국정원의 15대 정치개입 의혹 사건을 조사해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2012년 대선 당시 국정원 댓글사건과 관련해 민간인까지 동원된 '사이버 외곽팀'이 조직적으로 운영됐다는 사실을 밝혀냈으며, 국정원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도 개입한 정황을 확인했다.

검찰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검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강요, 공무상비밀누설 등 13개 혐의로 구속된 박 전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또 이른바 '문고리 3인방' 중 구속을 피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을 국정원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하고,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등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정치공작의 몸통으로 알려진 추명호 국정원 국장을 구속했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은 권력기관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사회 전반의 부정부패와 불공정을 겨냥하는 쪽으로 확산해 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강원랜드 등 공공기관 채용비리 근절 방침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필요하면 전체 공공기관에 대해 전수조사를 해서라도 채용비리의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라"며 채용비리 근절 의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에도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법안이 통과된다면, 대통령인 저와 제 주변부터 공수처의 수사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70%에 달하는 지지율에 힘입어 적폐청산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으나, 야권의 반발은 피할 수 없었다.

위기감을 느낀 보수야당을 중심으로 "적폐청산을 가장한 정치보복"이라는 불만과 비판이 강하게 제기됐다.

적폐청산과 정치보복 프레임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이 가열되면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협치는 난관에 봉착한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협치를 위한 상설기구로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으나 적폐청산에 대한 반발은 물론, 야권의 정치지형 변화 등과 맞물려 좀처럼 추진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여소야대의 국회에서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야당과의 협치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 같은 상황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각종 개혁입법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새 정부 출범 초기 박수를 받았던 개혁 인사도 갈수록 검증의 벽을 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0일 현재까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낙마한 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는 총 7명에 달한다.

김이수 전 헌재소장 후보자는 국회 표결결과 임명동의안이 부결됐으며, 안경환·조대엽·박성진 전 장관 후보자들은 강제결혼·음주운전·종교관 문제 등으로 자진 사퇴했다.

또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주식투자 논란으로, 박기영 전 과기혁신본부장은 황우석 사태 연루 논란, 김기정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은 신변 문제 등으로 낙마했다.

현재 인사청문 절차가 진행 중인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역시 재산 증여 논란 등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다.

출범 6개월이 될 때까지 중소벤처부 장관을 임명하지 못해 완전한 내각을 꾸리지 못할 정도로 인선에 어려움을 겪자 야권은 청와대의 인사·민정 라인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편,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공사 재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운영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숙의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갈등해결 모델을 제시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공론화위원회는 471명의 시민참여단이 40일간 원전 건설 재개 여부를 놓고 머리를 맞댄 끝에 신고리 5·6호기 원전 건설을 재개하되, 탈원전 정책을 지속해서 추진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재인 정부는 공론화위의 결정을 전면 수용하고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재개했다.

이를 두고 여권은 시민참여단과 정부 모두 현명한 결정을 내렸다고 평가했으나, 야권은 시간과 예산을 낭비한 정부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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