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황제 대접'에 트럼프 흐뭇…화기애애한 두 정상 만남
트럼프 맞이위해 톈안먼광장 비워…양국 정상 일정내내 '웃음꽃'
트럼프 "환대에 감사" 연발…'촘촘한' 방중 일정에 지친 기색도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이튿날인 9일 미중 정상회담과 트럼프 대통령 환영행사가 열리는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 인근은 관광객으로 가득 찬 평소와 달리 개미 한 마리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정적이 흘렀다.
주요 2개국(G2) 정상이 참석하는 행사인 만큼 중국 당국은 행사 시작 두 시간 전인 오전 7시20분부터 일반인 통행은 물론 차량 운행까지 모두 통제됐다.
행사 취재 허가를 받은 취재진도 행사장인 인민대회당까지 5차례 안전검사와 신분 확인을 거쳐야 할 정도로 경계가 삼엄했다.
보안 요원들의 안전검사 역시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때보다 한 단계가 더 추가될 정도로 까다롭게 진행됐다.
취재진 역시 수천명에 달했던 19차 당대회 때와 달리 100여명으로 제한했다.
행사가 진행되는 인민대회당 정문 마당에는 성조기와 오성홍기가 나란히 걸렸다.
환영행사 한 시간여 앞둔 오전 8시가 되자 양국 정상이 사열할 의장대와 국가 연주를 맡은 군악대, 어린이 환영단은 예행연습에 들어갔다.
제법 쌀쌀한 날씨에도 의장대 등 행사 참가자들은 실전처럼 철저하게 동선 등을 점검하며 예행연습을 마쳤다.
오전 9시10분이 되자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왕양(汪洋) 중국 부총리 등 양국 관료들이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도 인민대회당에서 나와 환영행사장에 깔린 레드카펫 위에 자리를 잡았다.
잠시 뒤 인민대회당 오른편에서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탄 캐딜락이 등장했고, 시 주석 내외는 차량 앞까지 가 직접 트럼프 대통령 부부를 맞았다.
악수를 한 두 정상은 양국 행사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행사장 한가운데 마련된 금색 연단에 나란히 올라섰다.
두 정상이 자리를 잡자 군악대가 연주하는 국가가 울려 퍼졌고, 국빈을 환영하는 예포 21발이 발사됐다. 곧이어 절도 있는 의장대 사열이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자금성(紫禁城) 회동에 이어 계속된 '황제 대접'에 환영행사 내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시 주석과 대화를 나눴다. 시 주석 역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환영행사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며 미소로 화답했다.
융숭한 의전이 불러온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양국 정상회담과 공개 기자회견에서도 효과를 발휘했다.
환영행사와 정상회담을 마치고 열린 미중 기업 대표 회담 기자회견에서는 양국 정상이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 장면이 자주 연출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중간중간 시 주석을 향해 덕담을 건네기도 하고, 특별한 환대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감사를 표했다.
두 정상은 상대방이 연설하는 동안에도 눈이 마주치면 미소를 지어 보이며, 상대를 배려했다.
중국으로부터 2천500억 달러(280조원 상당)의 무역협정이라는 '선물'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위트 있는 연설로 분위기를 띄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 대표 회담 연설에서 "미중 간 무역은 일방적이다"고 운을 뗀 뒤 청중석이 술렁대자 검지와 엄지를 맞대는 특유의 손동작을 하며 "그러나(but), 그러나(but) 중국을 비난하지 않겠다"고 말해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평소 공식 석상에서 무뚝뚝한 표정을 유지하는 시 주석도 이 대목에서 목을 뒤로 젖히며 크게 웃었다.
이날 마지막 공개행사인 미중 정상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차 시 주석의 환대에 감사 인사를 건넸고, 시 주석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에 감사를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른 아침부터 진행된 촘촘한 일정 때문에 기자회견 연설 말미에는 목이 살짝 잠기기도 했다.
세계의 이목이 쏠린 양국 정상의 기자회견에는 아침 환영행사 때와 달리 수백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은 순서대로 발표문 낭독한 뒤 공동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두 정상이 회장을 빠져나가자 일부 취재진이 "질문이 있다"고 외치기도 했지만, 두 정상은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며 자리를 떴다.
chin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