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직원 "영재센터 자기부담 비용 삼성이 낸다고 들어"
이재용 부회장 공판에서 증언…"특정 단체 지원 '대통령 보고' 이례적"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운영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가 정부 보조금을 받는 과정에서 스스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삼성이 내주기로 했다고 들었다는 전 문화체육관광부 직원의 법정 진술이 나왔다.
문체부 남모 과장은 9일 서울고법 형사합의13부(정형식 부장판사) 심리로 9일 열린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등의 항소심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증언했다.
남 과장은 2015년 7월 7일 문체부 서울사무소에서 이규혁 당시 전무이사 등과 미팅을 한 자리에서 영재센터의 자부담 재원 마련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고 했다.
그는 "첫 미팅으로 기억되는데 신생단체가 자(自)부담한다고 해서 어떻게 재원을 조달할 것인지 물었다"며 "'삼성하고 강릉시에서 도와주기로 이야기가 됐다'고 들은 것으로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이어 특검이 "강릉시뿐 아니라 삼성에서 받을 것이라고 들었나", "돈을 받을 것이란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다만 "세부적으로 얼마의 금액을 어떤 경위로 지원받았는지 알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또 당시 들은 내용이 실제로 확정됐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남 전 과장은 또 2015년 10월 23∼24일께 김종 전 차관으로부터 'VIP(대통령)께 보고해야 한다'는 전화를 받고 영재센터 지원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증언도 내놨다.
그는 "김 전 차관이 갑자기 대통령께 보고해야 하는 이유를 뭐라고 설명했나"라고 묻자 "잘 모르겠다고 했다"고 답했다. 김 전 차관의 지시 내용에 대해서는 "동계스포츠 메달리스트 은퇴사업 지원 등에 대해 보고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체부에 재직하는 동안 작성한 보고서 가운데 특정 단체에 대한 후원이 대통령께 보고되는 내용으로 포함된 사례가 있느냐"고 묻자 "없다"고 답했다.
다만 남 과장은 보고서 작성 당시에는 영재센터의 사업이 은퇴한 동계스포츠 메달리스트들의 일자리 창출, 영재발굴 등 공익에 부합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또 영재센터 배후에 최순실씨가 있었는지 몰랐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그는 "영재센터가 최씨의 사적 이익 추구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것을 알았느냐"라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고, "제3자의 이권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게 판단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는 영재센터 후원을 담당했던 삼성전자 직원 강모씨도 증인으로 나왔다.
강씨는 삼성이 영재센터와 후원계약을 맺은 것에 대해 "삼성으로서는 사회공헌활동에 참여하고 로고가 노출되는 등 기업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 재고에 충분한 이익을 얻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ae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