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미군기지 반환] ① '산 넘어 산'…기약 없는 반환

입력 2017-11-10 07:02
수정 2017-11-10 09:05
[부평미군기지 반환] ① '산 넘어 산'…기약 없는 반환

일제 조병창에서 주한미군 보급기지까지 70여 년 외국군 주둔

2002년 부대 이전 확정 후에도 반환 지연…2022년 전체 반환 미지수

[※편집자 주 = 인천 시내 한복판인 부평구 산곡동 일대 44만㎡에 걸터앉은 부평미군기지(캠프마켓)는 우리 현대사의 질곡을 그대로 보여주는 축소판입니다. 일제 식민 치하에서는 2차 세계대전의 전쟁물자를 생산하던 일본 육군 조병창으로, 해방 이후에는 주한미군의 보급기지로 쓰이고 있습니다. 70여 년의 외국군 주둔 역사를 지닌 캠프마켓은 인천시민이 주축이 된 반환운동 끝에 2002년 평택으로 옮기기로 확정됐지만 이후 협상과 이전 준비가 늦어지면서 실제 반환은 계속 미뤄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캠프마켓 중 우선 반환키로 한 부지 일부가 심하게 오염된 사실이 환경부 조사에서 드러나면서 하루속히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염원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캠프마켓의 반환 진행 상황, 토양오염과 정화를 둘러싼 논란, 기지 반환 후 활용 방안을 3편으로 나눠 송고합니다.]



(인천=연합뉴스) 신민재 기자 = 부평미군기지(캠프마켓) 터는 일제 강점기 전쟁물자를 생산하던 곳이다.

1939년 지금의 미군기지 주변 산곡동 일대에는 일본 육군 조병창이 설치됐고, 잠수정을 비롯한 각종 무기류와 군수품을 생산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조병창 일대는 다시 남한에 주둔한 미군의 주요 보급기지가 됐다.

1945년 말 미군이 부평의 일제 군수산업단지를 접수한 뒤 보급부대인 제24군수지원단(ASCOM-24)이 들어섰다.

이후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미군 헌병대, 통신대, 항공대 등이 주둔하기도 했다.

1970년대 이후 주한미군 병력 감축과 군비 축소에 따라 기지의 대부분 기능이 중단되거나 다른 기지로 이전했고, 현재 캠프마켓에는 주한미군에 공급하는 빵을 만드는 공장만 남았다.

도심에 자리 잡은 미군기지로 인해 부평 일대는 도로망이 끊기고 주민 생활권이 분리되는 등 균형 발전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1996년부터 시민들이 주축이 돼 반환운동을 벌였고 그 결실로 2002년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따라 평택 이전이 확정됐다.

당시만 해도 지역사회에서 캠프마켓 이전이 10여 년 넘게 미뤄질 것으로 예상한 이는 없었다.





애초 2008년까지 옮기기로 결정됐지만 평택미군기지 건설이 늦어지면서 캠프마켓 이전은 답보상태에 빠졌다.

인천시의회는 2009년 부평미군기지의 조속한 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는 등 강력히 반발했지만, 협상 당사자인 국방부와 외교통상부, 미군을 쉽사리 움직일 수 없었다.

인천시는 2013년 8월에야 국방부와 캠프마켓 관리·처분 협약을 체결해 전체 44만㎡의 기지터를 돌려받기로 하고 매년 토지 매입비를 나눠 내고 있다.

총 4천915억원의 캠프마켓 부지 매입지는 행정안전부가 66.7%, 인천시가 33.3%를 분담해 올해까지 2천259억원을 낸 상태다.

최근 행안부는 올해로 예정된 미군기지 평택 이전 완료 시점이 2022년으로 또다시 미뤄지자 기지 주변지역 발전종합계획도 5년 연장했다.

기지 이전과 부지 반환이 계속 늦어지자 한미는 2014년 캠프마켓 전체 부지의 절반인 22만8천여㎡ 만이라도 우선 반환하기로 합의했다.

이 '우선반환구역'도 우리 정부의 조사에서 토양이 심하게 오염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한국과 미국 간 환경오염 치유 협의 등으로 반환 절차 진행이 더딜 것으로 우려된다.

환경부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공동 환경평가절차에 따른 두 차례의 현장조사 결과, 캠프마켓의 토양에서 다이옥신류, 유류, 중금속, 테트라클로로에틸렌, 폴리클로리네이티드비페닐 등의 오염이 발견됐다고 지난달 말 발표했다.

특히 다이옥신류는 자연 분해되기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며 독성이 강해 암을 유발할 수 있고 생식기관, 발육기관, 면역기관, 호르몬 등에도 악영향을 준다.

한미는 미군기지 환경오염을 치유하는 주체를 협의해 오염 치유작업을 해야 한다.

인천시는 이 절차가 3∼4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의 캠프하야리아(3년), 동두천의 캠프캐슬(4년) 등 앞서 반환된 다른 지역 사례도 이 예상과 다르지 않다.



우선반환구역을 제외한 캠프마켓 부지 절반(21만1천여㎡)은 수년 넘게 걸리는 SOFA 반환 절차를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캠프마켓이 평택으로 이전을 마친 이후부터 반환 절차를 진행한다는 게 국방부 방침이다.

인천시는 캠프마켓 부지에 문화공원을 조성해 시민에 되돌려 준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2022년까지 땅값을 국방부에 모두 내도 협상이 더딜 가능성이 큰 데다, 우선 반환구역을 먼저 돌려받더라도 미군기지 중심부인 나머지 절반 부지가 반환될 때까지는 공원조성이 어려운 상황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10일 "미군기지를 옮기기 전에 반환 협상을 시작하자고 계속 건의했지만, 시가 반환 협상의 주체가 아닌 탓에 한계가 있다"며 "토양오염 정화 등 반환 절차를 단축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s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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