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오바마와 달리 트럼프에 '황제 대접' 이유…문제는 '국익'
"직설적 트럼프에 감동 줘 美中무역불균형 현안서 실리 추구"
자금성서 트럼프와 나란히 '황제길' 걸은 시진핑도 황제 위상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8일 취임 후 첫 중국 방문 일정을 보면 중국 정부가 얼마나 세심하게 접대에 공을 들였는지 볼 수 있다.
이날 미국 대통령의 전용기가 공항에 도착한 순간부터 자금성(紫禁城)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감동할 '국빈급 이상' 대접이 이어졌다.
중국은 이날 오후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와는 확실하게 격이 다르게 대접했다.
지난해 9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미·중 정상회담을 위해 중국 항저우(杭州)를 방문했을 때 오바마 전 대통령은 평소처럼 레드카펫이 깔린 전용기의 앞쪽 문이 아닌, 동체의 중간 부분에 있는 다른 문을 통해 트랩을 내려왔다.
당시 레드카펫이 깔린 전용기 계단을 중국 측이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이를 두고 중국이 고의로 오바마 대통령을 '홀대'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그와는 달리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도착하자 중국의 정치국원 겸 외교담당 국무위원인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등이 영접을 나왔고 중국 군악대 연주 속에 어린이들이 미·중 양국 국기를 흔들면서 환영했다.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원은 모두 25명으로, 양제츠는 이들 중 한 명이라는 점에서 통상 장관급인 외교부장이 영접하던 것과는 달랐다.
특히 지난해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방중 때와는 달리 중국 측이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 전용기 계단에 레드카펫을 깔아주는 성의를 보였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연회를 베풀어주려고 자금성의 문을 하루 닫은 것도 파격이다.
그동안 미국 대통령들의 방중 때 자금성 관람 안내에 그쳤던 것과 달랐다. 시 주석은 부인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까지 대동해 트럼프 대통령 부부를 황제가 다니던 길은 고궁 중축선을 따라 직접 안내하는 정성을 쏟았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자금성 내 보원루(寶蘊樓)에서 시 주석 부부로부터 차 대접을 받았다. 여기에다 청나라 시대 서태후가 경극을 보기 위해 자주 찾았던 창음각(暢音閣)에서 경극을 보고 연회를 즐기는 등 사실상 황제나 다름없는 대접을 받았다.
이런 중국의 극진한 환대는 직설적인 성격의 트럼프 대통령을 감동하게 해 양국 무역 불균형 등 첨예한 현안에 있어 갈등보다는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 협조하는 모습을 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면서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어하는 미국의 정상이 방문한 만큼 최고의 대접을 통해 양국 간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트럼프 대통령과 나란히 있는 시진핑 주석의 모습을 부각해 중국의 위상을 끌어올리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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