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개헌 놓고 대전·세종 택시 '스티커 싸움'
대전 측 '행정수도 반대' 붙여…'행정수도 완성' 세종과 대조
사업구역 통합안 놓고 갈등 양상…세종시 "업계 잠식 우려 반대"
(대전·세종=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대전과 세종지역 택시업계가 사업구역 통합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택시영업 통합안에 세종시 업계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자 대전시 업계는 차량에 행정수도 반대의 뜻을 담은 스티커를 붙이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9일 대전시와 세종시 등에 따르면 최근 대전 일부 택시 법인이 '세종시=행정수도 개헌 반대'라고 적힌 인쇄물을 차량 트렁크 쪽에 붙였다.
스티커 자체가 크지는 않지만 노란색 바탕에 빨간 글씨로 적어 비교적 먼 거리에서도 눈에 띄게 했다.
일반 광고나 지방자치단체 주요 시책 외에 차량에 특정 의도를 품은 인쇄물을 일제히 부착하는 건 보기 드문 현상이다.
세종시 택시 운전사들이 지난달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홍보단을 조직하며 차량 뒤편에 '행정수도 세종 개헌으로 완성' 스티커를 붙인 터라 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대전 택시업계가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세종시와의 사업구역 통합 추진에 힘을 싣기 위해서다.
앞서 지난달 대전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법인택시운송사업조합과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 대전지부 등은 세종시와 세종시의회 등에 택시영업 통합운영 건의서를 전달했다.
"대전시 택시사업자는 택시 숫자를 줄이며 고통을 감내하는 데, 세종시는 증차를 한다. 사업구역 경계를 허물자"는 게 건의서의 요지다.
이들 조합은 그러면서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세종시 때문에 피해를 본 다른 업계와 연대해 행정수도 반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대전 택시기사는 지난 6일 행정수도 개헌 대토론회가 열린 국회까지 찾아가 "대전인구 7만여명이 세종시로 빠져나가면서 택시영업이 안 돼 택시 숫자를 줄이고 있다"며 '행정수도=세종시' 헌법 명문화와 행정안전부의 세종시 이전 반대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성구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개인택시 기사들도 동참하는 분위기로 안다"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대부분 (행정수도 반대에) 따라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최근엔 대전시 차원에서 세종시에 정식 공문까지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세종시 업계에선 그러나 일방적인 제안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사업구역을 조정하면 세종시 택시업계가 완전히 잠식당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계획대로 택시 면허를 늘리면 전체 세종시 택시는 352대인데 비해 대전시는 8천667대"라며 "자체 노력으로 택시 영업환경을 개선하는 게 순리"라고 선을 그었다.
세종시 개인택시 지부 관계자 역시 "말이 안 되는 얘기"라며 "(공동 운행을 하면) 우리 밥줄을 끊는 것과 다름없을 것"이라며 성토했다.
세종시는 이와 별도로 부족한 지역 택시를 늘리고자 70대 증차안 실행을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개인택시(60대) 면허 신청을 받았는데, 112명이 서류를 내 약 1.8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시 관계자는 "내부 심사를 거쳐 최종 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라며 "연내에 모든 절차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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