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없는 자동화 항만 확산…일자리 위협받는 노동자들
부산항운노조 대책마련 용역 발주…내년 2월 중 대안 제시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4차산업 혁명에 따른 항만들의 무인 자동화 경쟁으로 기존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컨테이너의 하역과 이동을 기계가 스스로 수행하는 완전 무인 자동화가 이뤄지면 이런 장비를 다루던 기존 인력들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
부산항 곳곳에서 일하는 현장 근로자 7천500여명이 가입한 부산항운노조는 항만 자동화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자 한국항만운송노동연구원에 연구 용역을 맡기고 8일 착수보고회를 열었다.
연구원은 내년 2월까지 항만의 자동화가 기존 인력들의 일자리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직종 전환 등 대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항운노조는 이를 토대로 최대한 많은 일자리를 유지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방안 마련을 정부, 항만공사 등에 요구할 방침이다.
항만의 무인 자동화는 이미 큰 흐름을 이루고 있다.
유럽과 미국은 이미 일부 항만에서 완전 무인 자동화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은 내년 5월 칭다오항에서 아시아 최초의 완전 무인 자동화 터미널을 연다.
싱가포르는 새로 건설하는 65개 선석 규모의 초대형 터미널을 완전 무인 자동화하기로 했다.
부산항의 항만 자동화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2021년, 2022년에 개장할 신항의 2-4단계 민자부두(3개 선석)와 서컨테이너부두(5개 선석)는 현재 운영 중인 다른 터미널보다 자동화 수준이 한층 높아질 수밖에 없다.
중국 등 다른 나라 항만과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으려면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신항의 기존 5개 터미널도 점차 자동화 수준을 높여가고 있다.
현재는 안벽 크레인과 야드 트랙터는 사람이 운전하고 장치장 크레인은 대부분 자동 운전하는 반자동화 수준에 있다.
운영사들은 추가로 도입하는 장치장 크레인은 모두 무인화하고 있다.
항만의 무인 자동화는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기존 인력들의 일자리를 없애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3조 2교대로 운영하는 기존 장비 운전인력과 사무직 등 약 80%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부산신항의 경우 기존 5개 터미널의 야드 트랙터와 장치장 크레인 운전인력만 2천200여명에 이른다.
안벽크레인 운전기사와 관련 사무직 등을 합치면 3천명을 넘는 인력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자동화로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을 해당 터미널에서 직종을 바꿔 고용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신항의 운영사 관계자는 "장비 원격조정, 유지보수 등으로 직종을 전환해 계속 일할 수 있는 인력은 소수에 그칠 것이고 운영사 입장에서는 임금이 높은 기존 인력 대신 새로운 인력을 선호할 게 뻔하다"고 말했다.
부산항운노조 김상식 위원장은 "기존 장비 운전 인력은 단순 기능직인 데다 대부분 나이가 많아 전혀 낯선 IT 인력으로 전환하기가 아주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대규모 실직 사태를 맞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현재 항만 자동화에 따른 인력 재교육 등을 위한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항만인력 교육을 담당하는 항만연수원은 좁고 시설이 낡아 자동화에 따른 대규모 인력 재교육을 할 여건이 못 된다.
김 위원장은 항만연수원의 이전과 기능 재정립 등을 포함해 4차산업 혁명에 대응해 기존 인력의 고용을 유지하고 나아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안을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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