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 다시 걸린 '통영항'…작가 전혁림을 기억하다

입력 2017-11-08 17:22
수정 2017-11-08 18:51
청와대에 다시 걸린 '통영항'…작가 전혁림을 기억하다

K현대미술관서 '님을 위한 바다' 9일 개막…100여 점 전시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강렬한 코발트블루가 바다와 섬, 도시를 뒤덮었다. 청과 함께 오방색을 구성하는 황·백·적·흑이 어우러지면서 그림에 생기와 온기가 돈다.

통영 출신 전혁림(1916~2010) 화백의 대표작 '통영항'(2005)이다.

아흔을 넘긴 작가는 온 힘을 쏟아부어 고향 바다를 높이 3m, 폭 6m의 대작에 담아냈다.

그해 11월 노작가의 신작전 '구십, 아직은 젊다'가 열리는 경기도 용인 이영미술관을 방문한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통영항' 원작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작가는 이에 4개월간 작업에 매진, 새로운 '통영항'(2006)을 완성했다.

참여정부 청와대에 전시됐다가 10년 가까이 자취를 감췄던 이 후속작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 다시 인왕실로 돌아왔다.

정권 교체와 맞물린 '통영항' 후속작 운명이 회자하는 가운데 원작을 포함해 전혁림 작품을 소개하는 특별기획전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 K현대미술관에서 9일부터 열린다.

K현대미술관 김연진 관장은 이영미술관을 운영하는 김이환·신영숙 부부의 딸이다.

김 관장은 8일 "노 대통령이 당시 전혁림 작가에게 '젊은 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통영 달아공원을 찾아 다도해를 내려다보며 마음을 위안받았다'고 말씀하더라"고 전했다.

이번 '님을 위한 바다' 전에는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100여점이 나왔다.

'통영항' 원작을 감상하면서 청와대에 전시된 후속작과 비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후속작은 대들보가 있는 인왕실 크기에 맞게 제작되면서 크기가 다소 작아지고 풍경도 일부 달라졌다는 게 김효연 큐레이터의 설명이다.

'통영항'과 마찬가지로 남도 바다를 담은 대작 '한려수도의 추상적 풍경'(2005), '기둥 사이로 보이는 한려수도'(2005) 역시 30m 길이의 벽면에 함께 내걸렸다.

김 큐레이터는 "바다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라면서 "추상적인 구성에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자연의 구상적 이미지가 부드럽게 섞여 인간 감정의 다양한 변주를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높이 3.5m, 지름 2m에 달하는 도기 위에 거대한 붓으로 그린 '통영 항아리'(2005)도 눈길을 끈다.

한층 아래 '누드'(2005) 연작도 고유한 다색화 작업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엽서 크기 캔버스에 여인의 다양한 누드를 그려넣은 작품들은 '통영항'만 알았던 관람객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온다.

전시는 내년 2월 11일까지. 문의 ☎ 02-2138-0967.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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