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심장소리에 소름 돋는 희열" 부부·남매 구급대원

입력 2017-11-09 00:00
[사람들] "심장소리에 소름 돋는 희열" 부부·남매 구급대원

9명 구한 유지웅·최현희 부부, 5명 살린 김정은·김경태 남매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심정지 환자가 심장박동을 회복하고 의식이 돌아오면 소름이 돋는 듯한 희열을 느낍니다."

부산소방안전본부는 9일 제55회 소방의 날을 맞아 심정지 환자를 잇달아 구한 부부 구급대원과 남매 구급대원 등 '영웅' 소방관들을 소개했다.

부부 구급대원은 부산 항만소방서 부두센터에서 근무하는 유지웅(37) 소방교와 부산 남부소방서 대연센터에서 일하는 최현희(33·여) 소방사다.



2011년 구급대원이 된 유 소방교는 2014년 2명, 2015년 2명, 지난해 1명, 올해 2명 등 모두 7명의 심정지 환자를 구했다.

올해 1월 말에는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구급 가방과 자동심장충격기를 메고 높이 20m 크레인에 올라가 작업 중 쓰러진 50대 환자의 심장을 다시 뛰게 했다.

유 소방교와 2013년 10월 결혼한 최 소방사는 남편의 헌신적인 모습에 감동해 관련 공부에 매진, 2015년 동료 구급대원이 됐다.

최 소방사는 올해 1월 200여 차례에 걸친 가슴 압박과 6차례의 전기 충격으로 심장이 멎은 70대 환자를 살려냈고 지난 6월에도 50대 심정지 환자의 목숨을 구했다.



부부는 그동안 심정지 환자 9명의 목숨을 구해 '하트 세이버'가 됐다.

하트 세이버는 심장정지나 호흡정지 등으로 위험에 처한 환자를 심폐소생술이나 자동심장충격기로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심전도와 의식을 회복시킨 사람으로 환자가 병원에 도착한 후 72시간 이상 생존했을 때 인증받을 수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4명을 구했다. 이 기간에 마주한 응급처치 대상 심정지 환자 12명 가운데 33%를 살려낸 것이다.

같은 기간 부산에서 심정지 환자 918명이 발생했고 이 가운데 4.4%인 41명만 목숨을 구한 것을 보면 유 소방교 부부의 활약상을 짐작할 수 있다.

유 소방교 부부는 쉬는 날에도 응급처치 학술대회에 참가하는 등 노력파로 꼽힌다.

특히 유 소방교는 지난해 구급대원 전문 기술과정과 병원 임상 수련과정을 이수했고 올해는 구급대원 강사 양성과정을 이수하는 등 끊임없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실력을 쌓아가고 있다.

유 소방교는 "심정지 환자가 심장박동을 회복하고 의식이 돌아오면 소름이 돋는 듯한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부산 북부소방서에서 함께 근무하는 김정은(36·여) 소방교와 김경태(32) 소방교는 남매 구급대원이다.

누나는 2008년부터 소방관의 길을 걸었고 병원에서 근무하던 동생은 누나의 권유로 하던 일을 그만둔 뒤 다시 취업을 준비해 2012년 구급대원이 됐다.

김정은 소방교는 지금까지 2명, 김경태 소방교는 지금까지 3명의 심정지 환자를 살려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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