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 33곳에 포위된 학교 "쇠똥냄새·벌레떼, 숨도 못쉬어"

입력 2017-11-08 17:11
축사 33곳에 포위된 학교 "쇠똥냄새·벌레떼, 숨도 못쉬어"

충북과학고 학부모회 충북도 방문해 대책 요구

청주시 "기존 축사 방법 없어…신규 허가 신중"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학교 정문 앞 축사에서 바람을 타고 들어오는 악취로 학생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교실과 기숙사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킬 수도 없을 지경입니다"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으로 신축 이전한 충북과학고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소 축사에서 발생하는 분뇨 악취로 학생들의 고통을 호소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학교 학부모회는 8일 오후 충북도청을 방문 "학교 정문 앞과 주변의 축사 신규 인·허가를 전면 보류하고 공사 중인 축사 건축을 즉각 중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학교 주변 축사는 무려 15개나 된다.

여기에다가 건축 허가가 나 공사 중인 축사까지 포함하면 모두 33개로 늘어난다. 이 가운데 5개 축사는 학교 정문 진입로 양 옆에 있다.

학부모회는 "1∼2개월 전부터 정문 앞을 비롯해 학교 주변에 인우후죽순처럼 10여동의 축사를 짓고 있다"며 "면학 분위기 침해와 교육환경 훼손이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키웠다.

특히 "견딜 수 없을 정도의 분뇨 악취가 교정까지 풍기고, 축사에서 날아든 벌레떼로 학생들이 극도의 불쾌감을 느끼고 있고 질병을 앓는 등 피해가 막심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신축 축사 허가를 전면 재검토하고 시공 중인 축사는 공사 중지시켜달라"고 요구했다.

충북과학고 주변에 축사가 몰리는 것은 10가구 이상 인구 밀집지역에서 직선거리로 반경 500m 이상의 이격 거리를 둬야 한다는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조례' 때문이다.

이 규정에 따라 축사 건립을 제한하다 보니 마을과는 떨어져 있고 학교와는 비교적 가까운 곳에 축사가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학부모회는 "많은 학생이 생활하는 학교와 기숙사를 중심으로 반경 500m 이내에는 축사 건립을 허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학부모회는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도 검토하고 있다.

축사 건립 허가 기관인 청주시 관계자는 "이미 허가를 내 준 축사는 마땅히 취할 방법이 없다"며 "신규 허가에 대해서는 관계기관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학교나 기숙사 주변 축사 건립을 막을 필요는 있다"며 "중앙 기관 및 청주시와 협의해 조례 개정 등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k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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