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州의원에 트랜스젠더 후보 첫 당선…기자 출신
공개적으로 성전환 표방 후 주 의원 당선은 최초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미국 주(州) 의회 선거에서 트랜스젠더(성전환자) 후보가 당선됐다.
7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뉴저지·버지니아 주 지사 등을 선출하는 미니 지방선거가 열린 이날 버지니아 주 하원 13지구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대니카 로엠(33)이 지난 26년간 13회 재임한 공화당 현직 밥 마샬(73) 의원을 누르고 승리했다.
로엠 후보는 20개 개표소 중 19곳 개표를 완료한 결과 54.59%의 득표율을 기록해 45.36%에 그친 마샬 의원을 약 9%포인트 차이로 제쳤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로엠 후보가 공개적으로 트랜스젠더임을 밝히고 승리한 첫 선출직 당선자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앞서 2012년 뉴햄프셔 주 의회에 트랜스젠더 후보가 당선됐으나 실제로 주 의원직을 승계하지는 않았다.
또 1992년 매사추세츠 주 의회에 트랜스젠더 의원인 앨시아 개리슨이 일한 적이 있지만, 당시 선거 과정에서는 성전환자임을 공표하지 않았다.
CNN 방송도 로엠이 의원직을 승계하면 첫 트랜스젠더 주 의원이 된다고 밝혔다.
버지니아 프린스 윌리엄 카운티 출신인 로엠은 뉴욕 세인트 보나벤처대학을 졸업한 뒤 버지니아 지역신문인 게인스빌 타임스와 프린스 윌리엄 타임스에서 9년간 기자로 일했다. 버지니아 기자협회에서 7차례 수상 경력도 있다.
로엠은 2013년 트랜스젠더임을 공표했다.
올해 1월 주 의회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고, 지난 6월 민주당 경선에서 이겨 후보가 됐다. 로엠은 내년 1월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로엠은 1천 명 넘는 소액 기부자에게서 후원금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미군 내 트랜스젠더 복무를 금지하는 일방적 발표를 한 직후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강하게 표출했다.
이후 그에게 쏟아진 후원금은 크게 늘어났다.
로엠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이번 선거에서 강점으로 내세우겠다고 공언해왔다.
반면, 상대 후보인 마샬은 강한 보수 성향 정치인으로 로엠 후보가 트랜스젠더라는 점을 문제 삼아 성 정체성을 지속해서 공격해왔다.
로엠은 이에 "차별주의자는 실격자"라며 맞섰다.
또 5만2천471명의 유권자가 있는 선거구에서 무려 7만5천 회 이상 주민 대면 접촉을 시도하는 등 '발품'을 팔아 표심을 얻었다.
로엠과 마샬의 선거는 첫 트랜스젠더 후보와 가장 극단적인 반(反) 성소수자(LGBQT) 기성 정치인 간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아왔다.
워싱턴포스트는 "사회적으로 가장 강한 성향의 보수파 주 의원이 최초의 트랜스젠더 후보에 의해 의원직을 내놓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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