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비행하던 대한항공의 부진…감독은 울고 싶다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2017-2018시즌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는 '자고 일어나면' 1위 주인이 바뀌는 혼전 속에서 열리고 있다.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제도와 자유계약선수(FA) 영입, 트레이드 등으로 '전력 평준화'가 이뤄지면서 판도가 흥미진진해졌다.
하지만 유독 울상인 팀이 있다.
직전 시즌 정규시즌 우승을 거머쥔 대한항공이다.
대한항공은 2016-2017시즌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다가 최종 5차전에서 패배해 챔피언 자리를 현대캐피탈에 내주며 분루를 삼켰다.
그래서 더욱 "올해는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목표로 새 시즌을 시작했다.
그런데 출발이 심상치 않다. 대한항공은 1라운드 최종전인 7일 삼성화재전에서 세트 스코어 0-3으로 완패하면서 3승 3패를 기록, 7개 팀 중 5위에 머물러 있다.
아직은 '추락'이라고 말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고공비행'하던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걱정스러운 성적이다.
지난 시즌까지 부진했던 삼성화재와 KB손해보험의 상승세에 발목이 잡혔다. 대한항공은 이 두 팀에 모두 세트 스코어 0-3으로 패했다.
삼성화재는 FA로 센터 박상하를 영입했다. KB손해보험은 트레이드로 라이트 강영준과 센터 김홍정·전진용을 데려왔다. 군에서 복귀한 세터 황동일(삼성화재)과 본격적으로 기량을 뽐내는 신예 세터 황택의(KB손해보험)도 각 팀의 활력소다.
반면 대한항공은 한선수, 밋차 가스파리니, 김학민, 정지석, 곽승석, 신영수 등 주전 멤버들에 큰 변화가 없다.
이 가운데 주포로 활약할 가스파리니가 부진에 빠져 고민을 안긴다.
가스파리니는 지난 시즌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면서 재계약에 성공했지만,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가스파리니는 7일 삼성화재전에서 3득점에 그치고 범실을 4개나 저질렀다.
1라운드 총 득점은 134점으로 전체 4위지만, 갈수록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 지난 시즌 서브 1위(세트당 평균 0.63개) 위용도 움츠러들었다. 가스파리니의 올 시즌 1라운드 서브는 세트당 평균 0.5개로 전체 5위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가스파리니가 팀의 새로운 전략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은 올해 우승 작전으로 '조금 더 빠른 배구'를 들고 나왔다.
박 감독은 7일 경기 후 가스파리니에 대해 "지금 우리가 토스를 좀 빨리하고 있는데 적응을 못 하고 있다"며 "그게 실력"이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가스파리니에게만 부진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박 감독은 팀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박 감독은 지난 2일 한국전력에 세트 스코어 3-2로 진땀승을 거둔 뒤에 "경기에 임하는 우리 정신력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화재전 후에는 선수들에게 "대한항공 배구팀에 소속돼 있는 현 상황을 똑바로 좀 인식을 다시 한 번 하라"고 당부했다.
한국전력전에서는 앞서던 상황에서도 추격과 역전을 허용해 어려운 경기를 했다. 삼성화재를 상대로도 팽팽하게 맞서거나 리드를 잡은 상황에서도 쉽게 무너지며 분위기를 내주는 모습이었다.
박 감독은 "창피하다", "솔직히 오늘 같은 시합은 창피한 것을 떠나 울고 싶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손에 잡힐 듯했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다시 바라보고 시즌을 출발한 대한항공에 도약과 날갯짓이 필요하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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