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한화종합화학 지분 24.1% 전량 매각…"1조원 규모"

입력 2017-11-07 22:55
수정 2017-11-07 23:01
삼성, 한화종합화학 지분 24.1% 전량 매각…"1조원 규모"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삼성물산[028260]과 삼성SDI[006400]가 현재 보유 중인 한화종합화학 지분 24.1%를 전량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 가격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물산과 삼성SDI는 각각 20.05%(약 852만주), 4.05%(약 172만주) 보유하고 있는 한화종합화학 지분을 팔기로 하고, 외국계 투자은행(IB) 한 곳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다.

삼성 측이 보유한 이 지분은 2015년 삼성그룹이 화학·방산 관련 4개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한 '빅딜' 당시 남겨 놓은 잔여 지분이다.

삼성 계열사이던 삼성종합화학은 한화에 팔리면서 한화종합화학으로 이름을 바꿨다.

당시 삼성이 한화종합화학 지분을 남겨둔 것은 한화의 자금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였다.

대신 한화그룹은 2021년까지 한화종합화학을 성장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통해 삼성이 보유한 잔여 지분을 현금화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겠다는 뜻이었다.

삼성물산과 삼성SDI는 2022년까지 한화종합화학의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보유지분을 일정 금액에 한화에 되팔 수 있는 풋옵션(주식매도청구권)도 받았다.

삼성이 2022년까지 기다리지 않고 시장에 한화종합화학 보유지분을 팔겠다고 나선 것은 사업 재편과 신규 투자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2015년 9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면서 탄생한 현재의 삼성물산은 건설, 패션, 바이오 등 분야에 집중해 2020년 매출 6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사업 확장과 투자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지분 매각이라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이 삼성생명[032830]이 보유한 삼성전자[005930] 지분을 사들이기 위해 자금 마련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2021년 보험사에 대한 신(新) 지급 여력제도가 시행되면 삼성생명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 8.13%에 대해 최대 9조원 가까운 준비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 입장에서는 한화종합화학의 기업가치가 높아진 지금이 지분 현금화를 위한 최적기로 판단했다는 분석도 있다.

2015년 말 2천656억원이던 한화종합화학의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은 지난해 5천753억원으로 121% 증가했다. 석유화학 회사의 총 기업가치가 EBITDA의 6∼8배 이상임을 고려하면 현재 한화종합화학의 가치는 약 3조5천억∼4조6천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한화종합화학은 올해도 실적이 더 개선될 것으로 보여 삼성물산 보유지분의 총 가치는 1조∼1조5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계속 안고 가기보다 눈앞에 있는 차익을 실현하려 지분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IPO 등을 통해 투자금 회수가 쉬운 만큼 대형 사모펀드 등의 관심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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