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KIA감독 "2018년은 벌써 시작…지키는 게 더 어려워"
타이거즈 'V11' 견인…프로야구 14번째 '우승 감독' 올라
"왕조 건설, 부담스러워도 목표가 크다면 영광"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김기태(48) KIA 타이거즈 감독이 프로야구 역사상 14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감독' 영광을 품에 안은 지 벌써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그러나 김 감독은 여전히 그 마지막 환희의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김 감독은 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김재호의) 타구가 높게 떴을 때 느낌이 생각난다. 못 잡을 거라는 불안감은 없었다. 새까만 하늘에 공이 뜬 걸 보고 아무 생각이 안 나더라. 김민식이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았고, (코치와 얼싸안고) 우승을 실감했다. 그때 이후로 계속 꿈을 꾸는 것 같다"고 묘사했다.
지난달 30일, KIA는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두산 베어스에 7-6로 승리해 11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KIA의 통합우승 과정은 험난했다. 두산과 정규시즌 막판까지 치열하게 1위 경쟁을 벌였고, 한국시리즈에서도 위기가 적지 않았다.
특히 5차전에서는 7-0으로 앞서다 7-6까지 추격을 허용했고, 9회 말에는 양현종을 올리고도 1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김 감독은 이 모든 걸 극복한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힘든 시간이 많았지만, 훌륭한 선수와 코치들이 도와준 덕분에 우승 감독이 될 수 있었다. 팬들이 보내주신 성원과 사랑도 빼놓을 수 없다. 덕분에 넘어지지 않고 마지막까지 완주한 것 같다"고 말했다.
2015년 KIA 제8대 감독으로 취임한 김 감독은 3년 계약 마지막 해 대업을 이뤘다.
구단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지 불과 이틀 만에 김 감독과 3년 총액 20억원에 재계약해 예우를 갖췄다.
김 감독은 "우승 바로 다음 날 구단에서 재계약 제안을 해주셨다. 구단에 정말 감사하지만, 동시에 책임감도 느낀다"고 했다.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는 말이 있다. KIA를 8년 만에 정상의 자리에 올려놓은 김 감독의 다음 임무는 '왕조 건설'이다.
쉬운 일은 아니다. KIA는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듬해인 2010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며 심각한 '우승 후유증'을 앓았던 아픈 기억이 있다.
재계약 당시 "더욱 강한 팀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던 김 감독은 '왕조 건설'이라는 임무가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초심 잃지 않고 지키는 게 더 어려운 거다. 실망 안 시키고 준비 잘해보겠다"고 말했다.
사람에게는 각자 짊어질 수 있는 그릇의 크기가 다르다. 김 감독은 "부담스러워도 목표가 크다면 영광"이라며 프로야구 감독으로 고를 수 있는 가장 큰 그릇을 택했다.
김 감독의 말처럼 중요한 건 '초심'이다. 2017시즌의 끝은 환희였지만, 김 감독에게는 이미 과거의 일이 됐다.
그는 "내일부터 함평에서 훈련을 시작한다. 이미 오키나와에서는 마무리 훈련에 한창이고, 대표팀에 출전한 선수도 있다. 지금부터 여러 군데서 준비 잘 해나가야 한다. 2018년은 벌써 시작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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