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너-무용가의 이색 만남…"눈·귀로 즐기는 '겨울 나그네'"

입력 2017-11-08 07:30
수정 2017-11-08 08:33
테너-무용가의 이색 만남…"눈·귀로 즐기는 '겨울 나그네'"

테너 김세일,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로 안남근과 협업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보이는 음악, 들리는 춤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슈베르트 대표 연가곡 '겨울 나그네' 속 고독과 슬픔을 눈과 귀로 함께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테너 김세일과 현대무용가 안남근이 오는 11일 세종문화회관 세종M씨어터에서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로 색다른 무대를 꾸민다. 세종문화회관이 개관 10주년을 맞이해 클래식과 다른 장르들과의 과감한 만남을 시도하는 '콜라보 M' 시리즈 중 하나다.

'겨울 나그네'는 사랑에 실패한 청년이 어느 겨울날 밤 연인의 집을 떠나와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들판을 방황하는 모습을 그린 곡. 사랑을 잃은 아픔에 죽어가는 나그네의 절절한 심정이 24개의 연가곡에 담겨있다.

최근 서울 세종문화회관 연습실에서 만난 이들은 "'겨울 나그네'를 현대무용과 성악으로 동시에 표현하는 입체적인 무대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세일의 제안으로 이번 콜라보레이션 무대가 성사됐다. 그는 4년 전 네덜란드 헤이그의 무용 전문 극장에서 '겨울 나그네'를 성악과 춤으로 함께 표현한 작품을 본 뒤 이러한 형식의 무대를 꼭 한번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왔다.

"'겨울 나그네'가 워낙 드라마틱한 이야기와 강렬한 음악으로 구성돼 있다 보니 여러 장르와 협업이 자주 이뤄지는 곡이긴 합니다. 그런데 무용과의 결합은 제게 굉장히 신선하면서도 인상적으로 다가왔어요. 성악과 무용 모두 그 어떤 도구도 사용하지 않는 장르잖아요. 둘 다 목소리와 몸 그 자체로 표현하는 장르다 보니 객석에 바로 흡수되는 특징이 있는 것 같아요."(김세일)

김세일은 동양인 테너로는 드물게 유럽 주요무대에서 바흐의 '마태 수난곡', '요한 수난곡'의 에반겔리스트(복음서를 집필한 저자)로 활발히 활동하는 성악가.

에반겔리스트는 작품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인 동시에 해설자의 역할로 정확한 가사 전달력과 섬세한 음색이 요구된다.

특유의 정확한 발음과 부드러운 분위기는 예술가곡 연주에서도 유리한 특징이다. 그는 "매년 5월에는 슈만의 '시인의 사랑'을, 연말에는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공연하고 싶다"며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거나 힘들다고 느껴지는 순간에 이 '겨울 나그네' 속 청년의 모습이 위로를 주는 것 같아요. 기교를 많이 부리는 곡이 아닌데도, 눈을 감고 조용히 듣다 보면 찬송가 같기도 하고 장송곡 같기도 한 이 곡에 큰 위로를 받습니다."(김세일)

그가 부르는 '겨울 나그네'에 맞춰 춤을 추는 이는 강렬하면서도 개성 있는 안무 세계를 보여주는 현대무용가 안남근이다. 춤 경연 프로그램 '댄싱9' 출연으로 대중에게도 얼굴을 알린 바 있다.

그는 동료 무용수 1명과 함께 실연을 당한 한 남자의 심정을 몸짓으로 표현한다. 여기에 김세일도 약간의 '움직임'을 더할 예정이다.

안남근은 "무대 위 세 사람이 사실상 나그네 한 사람을 표현하게 된다"며 "제가 사랑에 빠지고 이별하면서 느꼈던 감정들, 가슴 한 군데가 뚫린 것 같던 기억들을 무대 위에 꺼내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익숙지 않은 장르와의 만남 그 자체에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단정하고 '귀공자'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김세일과 자유롭고 개성 넘치는 안남근은 한눈에 보기에도 이질적 장르에서 온 아티스트라는 게 느껴졌다.

안남근은 "콜라보레이션의 매력이란 게 어떤 작품이 탄생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라며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다"며 웃었다.

김세일은 "춤을 통해 노래가 들리고, 노래를 통해 이미지가 보이는 공연이 목표"라며 "저희도 어떤 작품이 될지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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