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회피처 X파일에 수하르토 일가·前사위도 연루…당국 조사

입력 2017-11-07 11:44
조세회피처 X파일에 수하르토 일가·前사위도 연루…당국 조사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세계 각국 정상 등이 대거 연루된 조세회피처 자료인 '파라다이스 페이퍼스'와 관련해 인도네시아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32년간 독재자로 군림하다 1998년 민주화 시위로 쫓겨난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전 사위와 자녀들이 역외탈세를 저질렀다는 의혹 때문이다.

7일 현지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지난 5일 공개한 영국령 버뮤다 소재 로펌 '애플비'(Appleby) 내부자료는 수하르토 전 대통령 일가가 조세회피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정황을 담고 있다.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막내아들 후토모 만달라 푸트라(일명 토미)는 아시아 금융위기로 인도네시아 경제가 휘청였던 1997년 버뮤다에 아시아 마켓 인베스트먼트라는 회사를 설립했다가 2000년 폐업했다.

그의 동생인 시티 후타미 엔당 아디닝시(일명 마미엑)도 1990년대에 버뮤다에 회사를 설립했다가 이후 문을 닫았다.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야당 정치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인도네시아운동당(그린드라) 총재 역시 2000년대 초 한때 버뮤다 페이퍼 컴퍼니를 소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선 이런 기업들이 수하르토 시절 부정부패로 쌓은 자산을 해외로 빼돌리거나 세금을 포탈하는데 사용됐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국세청과 자금세탁 감시기관인 금융거래보고분석센터(PPATK) 당국자들은 이와 관련 자료 원문을 입수하는 등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2019년 차기 대선 유력 대권주자로 꼽혀 온 프라보워 총재가 역외탈세 의혹으로 조사를 받게 되면서 현지 정치권은 이후 대선 구도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전통적 기득권 세력인 군 장성 출신의 프라보워 총재는 지난 2014년 대선에서 친서민 정책으로 돌풍을 일으킨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현 대통령에게 석패한 뒤 대선 불복을 선언했던 인물이다.

그는 올해 초 조코위 대통령의 정치적 동반자였던 바수키 차하야 푸르나마(일명 아혹) 전 자카르타 주지사를 상대로 신성모독 의혹을 제기해 낙마시키는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조코위 대통령이 공산주의자라는 등의 가짜뉴스를 대량으로 생산·유포하다 검거된 '사라센'(Saracen)이란 단체가 프라보워 총재의 지지자들에 의해 설립됐다는 현지 언론보도가 나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프라보워 총재 측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린드라 당의 파들리 존 부총재는 "해당 업체는 설립만 됐을 뿐 전혀 운영되지 않았다. 탈세 등에 사용됐다는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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