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ICBM 선제 정밀타격 가능한 재래식 전력 증강 '잰걸음'
핵잠수함으로 발사하는 극초음 재래식 미사일 비행시험
이동식 발사대 타격에는 '제격' 평가…전력확충에 가속도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미국이 미 본토를 위협하는 북한의 '화성-14형' 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실은 이동식 발사 차량을 선제 정밀타격할 수 있는 재래식 전략 억제력 증강계획에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오하이오 급 순항미사일 탑재 핵 추진잠수함(SSGN)이나 성능이 개량된 버지니아급 '블록 3' 공격형 잠수함(SSN)으로 전 세계 어느 표적이라도 한 시간 이내 재래식 탄두를 단 극초음 미사일로 정밀타격할 수 있도록 하는 시험에 나섰기 때문이다.
미 해군연구소(USNI) 뉴스와 스카우트 워리어 등 미언론에 따르면 미 해군 전략체계계획국(SSP)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하와이의 카우아이 미사일 발사시험장에서 1단계 중거리 재래식 신속타격 비행시험을 했다.
이 시험은 미국이 차세대 핵심 군사전략의 하나로 추진 중인 '재래식 신속 전역 타격'(CPGS) 계획의 하나로 이뤄졌다. CPGS는 음속의 5배(시속 6천120㎞)가 넘는 속도로 지구 전역을 30분 이내 타격할 수 있는 극초음 무기가 핵심으로, 북한 ICBM 이동식 발사 차량 등의 선제타격에 제격이라는 기대를 모아왔다.
테리 베네딕트 SSP 국장은 비행시험 사실을 확인한 후, 군 지휘부가 선택하면 앞으로 오하이오 급 SSGN으로부터 재래식 정밀무기를 발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패트릭 에번스 미 국방부 대변인(소령)은 이 시험에서는 극초음 미사일이 발사 후 고고도 이르자마자 대기 상층부를 거치지 않고 목표물로 떨어지는 '극초음 부스트-활강(boost-glide)' 기술과 장거리 대기권 비행시험을 위한 시험거리 성능 등의 자료가 확보됐다고 밝혔다.
이 자료는 지상 시험, 극초음 비행체 성능 시연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에번스 대변인은 또 이 시험에는 해군 외에도 미사일방어청(DMA)도 참가해 추적과 자료 확보 작업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미 해군이 CPGS 개발과 실전 배치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핵무기를 동원하지 않고서도 북한의 ICBM 이동식 발사 차량 같은 전략 목표를 원거리에서 사전 정밀타격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라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일부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차량이 연료 주입을 위해 30∼90분가량이 필요한 점을 고려할 때 오하이오 급 SSGN이나 버지니아급 SSN 발사관으로 강력한 위력을 지닌 극초음 미사일을 발사, 무력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모두 17척이 건조된 후 14척만 운영 중인 오하이오 급은 냉전 종식과 미·소 전략무기감축협상, 대테러전 증가 등 안보 환경과 미국 안보전략 변화에 따라 네 척이 SSGN으로 개조됐다.
오하이오 급은 또 미 해군 특전단(네이비실) 요원 66명까지 탑재하고, 이들의 수중침투를 지원할 수 있다. 미국은 오는 2021∼2031년 기간에 최신예 컬럼비아급 SSBN을 건조, 노후화한 오하이오 급을 점차 퇴역한다는 계획이다.
미 해군은 또 로스앤젤레스급 후속함으로 건조해 취역한 버지니아급 SSN을 모두 13척이 운영 중이며, 이 가운데 세 척이 블록 3형이다.
블록 3형은 신형 발사관(VPM)을 장착해 모두 40기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이는 기존의 수직발사관(VLS)보다 3배나 발사량이 많은 셈이다.
1991년부터 실전에서 사용해온 토마호크는 2천500km 밖에서도 적 지휘부 시설이나 핵시설을 오차범위 10m 이내로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탄두에 든 450㎏의 고성능 폭약으로 웬만한 시설물을 무력화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h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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