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 53개 학회 "역사학계 블랙리스트 진상 규명돼야"

입력 2017-11-06 11:31
수정 2017-11-06 14:19
역사학 53개 학회 "역사학계 블랙리스트 진상 규명돼야"

"블랙리스트는 민주주의 짓밟은 범죄 행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역사학계가 국정 역사교과서 반대 연구자에게 지원을 배제한 이른바 '역사학계 블랙리스트'의 진상 규명과 참여자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사연구회, 한국고대사학회, 한국고고학회 등 역사학 관련 53개 학회는 6일 종로구 흥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역사학계 블랙리스트가 작성되고 적용된 실상을 조사하고, 관련자를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학술연구 지원사업이 정권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강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지난달 31일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이 2016년 7월 작성한 '역사 분야 학술연구 지원사업 공모 결과 검토'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국정교과서에 반대한 학자에게 연구 지원을 하지 말라는 지침이 담겼다.

학회들은 성명을 통해 역사학계 블랙리스트를 "한국 민주주의의 대원칙을 짓밟은 범죄 행위이자 반국민적 도발"로 규정하고 "특정 연구자를 지원 대상에서 탈락시킴으로써 역사학계를 분열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어 "블랙리스트는 정권에 비판적인 역사 연구자들의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연구를 차단한다"며 "연구자들은 지원을 위해 자기 검열을 하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연구 성과를 만들게 된다"고 우려했다.

도면회 대전대 교수는 "이번에 공개된 문건은 작은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사회과학계까지 넓히면 블랙리스트에 오른 학자가 수천 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중세사학회는 한국연구재단이 2014년 12월부터 5년 계획으로 진행 중인 '조선사 번역·정밀해제 연구 사업'을 특정 단체를 지원하는 화이트리스트로 지목하면서 20억원이 넘는 혈세를 투입할 만한 사업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학회는 조선사 번역 사업의 목적이 식민주의 역사관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하나, 실제로는 고려 왕조의 영토가 한반도를 넘어 중국과 러시아까지 뻗어 나갔다는 허황하고 편향된 국수주의적 결과를 내놨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선사 번역 사업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교과서 강행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고 판단한다"며 "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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