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무역적자 작심발언에 日 '싸늘'…과도한 대접 비판론도

입력 2017-11-06 11:47
수정 2017-11-06 16:15
트럼프, 무역적자 작심발언에 日 '싸늘'…과도한 대접 비판론도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의 극진한 대접에도 무역적자를 포함한 통상 문제에 대해서는 작심 발언으로 일본을 비판했다.

이를 계기로 일본 내에서는 지나치게 미국에 치우친 외교 정책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오전 일본과의 무역이 공정하지 못하다며 통상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를 직접 공격했다. 그는 "미·일 무역은 공정하지도 개방되지도 않았다", "일본에서는 미국의 자동차 제조사의 차 판매가 저조하다" 등의 말로 비판했다.

이는 전날 트럼프의 식성까지 고려해 점심·저녁 식사 메뉴까지도 세심히 배려하고 골프 라운딩을 마련하며 '오모테나시(일본 특유의 극진한 대접)' 문화를 보여줬던 일본과의 우호 분위기에 찬물을 부은 것이다.

아베 총리는 전날 점심 미국산 소고기로 만든 햄버거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접하고, 저녁의 부부동반 만찬은 맛집을 상징인 미슐랭 '별'을 8년 연속 획득한 뎃판야키(철판구이)집에서 와규(일본산 소고기)를 메뉴로 열었다.

같은날 저녁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昭惠)여사와 미국 퍼스트레이디인 멜라니아 여사는 긴자의 진주 가게를 함께 쇼핑하기도 했다. 트럼프 방일 기간에는 사상 최다인 2만1천명의 대규모 경비 인력이 동원돼 경계를 펴고 있다.



일본 정부가 이처럼 트럼프 대접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이에 대해 과하다는 비판론이 일본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북한 문제 등 안보 이슈처럼 이견이 없는 분야에서는 친밀한 관계를 연출할 수 있지만, 이견이 있는 문제에 대해선 우호적일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일본이 우려하던 무역 불균형 문제에 대해 직접 비판을 한 만큼 이런 비판적인 시각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미일 관계 소식통은 요미우리신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무엇인가를 요구하는 스타일의 외국 정상은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며 "대통령 취임 전 불안한 시기에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준 아베 총리를 신뢰하고 있지만 조금만 단추가 잘못 끼워지면 태도를 바꿀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포스트 아베 주자로 꼽히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정권이 미국인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며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와타베 슈(渡邊周) 전 부(副)방위상은 전날 후지테레비 프로그램에 출연해 "다른 국가들은 트럼프 정권과 거리를 두는 것을 모색하고 있다"며 "이렇게까지 (트럼프 정권에) 깊이 들어가 있는 일본이 어떤 식으로 비칠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날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라운딩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정부가 라운딩 중 정상 간의 대화 내용에 대해 일절 설명하지 않았으며 대화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지도 않다고 지적하며 "(라운딩 중 대화 내용을) 기록해서 외무성 내에서 공유하는 게 맞다"는 외교 전문가의 말을 전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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