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정상, 대북 강경 메시지·'열린 인도·태평양전략' 표명

입력 2017-11-06 10:01
수정 2017-11-06 10:09
미일정상, 대북 강경 메시지·'열린 인도·태평양전략' 표명

오늘 정상회담서 '굳건한 미일 동맹' 강조…美FTA 압박 주목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6일 낮 정상회담을 갖고 굳건한 양국 간 동맹을 강조한다.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강경 메시지를 발표하며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정상은 '자유롭게 열린 인도·태평양전략'을 공동 외교전략으로 표명할 계획이다.

경제 분야에서는 양국간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어느 정도의 압박을 가할지 주목된다.





◇ 트럼프 대북 메시지 수위 '주목'

두 정상은 이날 워킹 런치(일하면서 먹는 점심) 후 곧바로 도쿄 모토아카사카(元赤坂)의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반복되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어느 정도 수위의 발언을 할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전날 오전 일본 도착지인 요코타(橫田) 미군기지에서의 주일미군 대상 연설을 통해 "어떤 독재자도 미국의 의지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 강경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그는 "미국은 하늘에서, 바다에서, 육지에서, 우주에서도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고 과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 회동 중에도 아베 총리에게 북한 도발 문제에 대해 "해결할 필요가 있다. 해결할 때까지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회담에서는 북한이 도발을 계속할 경우를 상정한 군사적인 압박강화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신문은 한반도 유사시 대응 방안이 정상회담의 의제로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에 머무는 자국민 피난대책에 대해서도 협의할 계획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두 정상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비롯한 안보 문제에서 미일 양국의 굳건한 연대를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이미 전날 골프 회동에서 '도널드&신조: 동맹을 더욱 위대하게'(Donald and Shinzo: Make Alliance Even Greater)라고 적힌 모자에 함께 서명하며 북한을 비롯한 전 세계에 미일 동맹 메시지를 보냈다.

두 정상은 아울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에 대한 착실한 이행을 국제 사회에 강조하고 중국과 러시아에 적극적으로 압박에 동참할 것을 촉구할 전망이다.

아베 총리는 북한에 대한 독자제재로 자산동결 대상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할 계획이다.





◇ 中견제 자유롭게 열린 인도·태평양전략' 표명

두 정상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내세운 '자유롭게 열린 인도·태평양(Indo-Pacific)전략'을 공동 외교전략으로 표명할 계획이다.

미국은 최근 들어 기존의 '아시아·태평양'(Asia-Pacific)이라는 명칭을 대신해 '인도·태평양'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의 영향력 범위를 넓혀서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등 공통의 가치관을 가진 인도, 호주와 연대하겠다는 의도다.

아베 총리는 작년 8월 케냐에서 열린 아프리카개발회의 기조연설에서 이런 구상을 밝힌 바 있다. 태평양에서 페르시아만에 이르는 지역에서 인프라 정비와 무역·투자, 해양 안보 협력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발표될 양국의 공동 외교전략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내건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에 대한 견제라는 의미가 있다. 중국이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는 것을 경계해 새로운 전략을 내놓는 것이다.

회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의 방위력 증강에 대해 지지를 표명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관측도 나온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 2월 방일시 일본의 방위비 확대에 대해 "올바른 방향"이라며 힘을 실어준 바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8~9월 북한이 일본 열도 상공에 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두고 동남아시아 일부 정상에게 일본이 파괴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며 "무사의 나라인데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일본을 '무사의 나라'라고 칭하면서 적극적인 방위력 행사를 종용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북한의 위협에 대처할 수 없다면 "무사의 나라인 일본이 사태 수습에 움직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日, 美의 FTA 압력에 '촉각'…'최대한 언급 피하기' 전략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중 어떤 방식으로든 양국간 무역 불균형 문제를 언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일 양국은 지난 2월 정상회담에서의 합의에 의해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참가하는 '미일 경제대화'를 열고 있다.

통상이나 경제 협력 관련 의제는 이 자리에서 논의하자는 것이지만,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있는 이날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을 통해 통상 문제가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아베 총리와 저녁 식사 자리에서 "더 이상 여기서 무역문제를 이야기하면 모두 기분이 나빠질 것이다. 오늘은 시간이 한정돼 있지만, 내일은 매우 바쁜 날이 될 것"이라고 말해 정상회담에서 통상 문제를 다룰 것임을 강조한 바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전날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과 회담에서 미일 FTA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일 FTA'에 대해 어느 정도 수위의 이야기를 할지 특히 주목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는 아사히신문에 "FTA라는 단어가 나와도 의미가 있는 내용인지 아닌지 경계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경제 분야에서는 민감한 문제를 최대한 건드리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회담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측은 그동안 여러차례 직간접적으로 양국간 FTA 추진에 의욕을 보여왔지만, 일본은 미국이 빠진 뒤에도 남은 11개 국가와 함께 추진 중인 다자간 경제협력 체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미국이 복귀하기를 바라고 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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