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형 불이행 '미꾸라지' 활보해도…경찰 체포근거 없어 발동동
"형집행장 발부사실 고지해야" 대법원 판결…검찰이 집행장 정보 입력 안해
경찰 "절차 개선 전까지는 체포 불가…검찰에 협조요청"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장기간 벌금을 내지 않고 피해다니다 지명수배된 사람을 경찰관이 직무수행 중 발견해도 당분간 손쓸 방법이 없어졌다.
대법원은 이들을 체포할 때 법적 근거인 형 집행장(형 집행을 위해 검찰이 발부하는 소환 명령서) 발부 사실을 반드시 고지하라고 판결했지만, 검찰이 집행장 정보를 전산망에 제대로 입력하지 않아 방법이 없다는 것이 경찰 입장이다.
5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그간 불심검문이나 교통법규 위반 단속 등 과정에서 업무용 단말기로 정보를 조회하다 벌금을 미납한 지명수배자임이 확인되면 수배 사실을 상대방에게 알린 뒤 체포해 관할 검찰청에 인계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벌금 미납으로 수배된 한 60대 남성이 자신을 연행하려는 경찰관에게 폭력을 가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기소된 사건 상고심에서 '경찰관이 지명수배 사실을 고지했더라도 형 집행장 발부 사실까지 고지하지 않았다면 적법한 직무집행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지난 9월 무죄를 확정했다.
판결을 검토하던 경찰청은 이같은 벌금 미납 수배 가운데 상당수의 형 집행장 정보가 아예 등록되지 않아 애초에 고지할 방법이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형사소송법상 형 집행권자는 검찰이므로 집행장 정보는 검찰이 등록한다.
지명수배는 체포·구속영장이 발부된 'A수배', 벌금형·자유형(징역형)에 응하지 않거나 보호관찰 대상자가 잠적한 경우 내려지는 'B수배'로 구분된다.
A수배에는 영장번호와 유효기간, 발부일자 등 관련 정보가 입력돼 있지만, B수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벌금 미납자 수배는 검찰이 형 집행장 정보를 등록하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여서 발부 사실을 고지할 수 없다는 것이 경찰 설명이다.
현재 남아 있는 B수배 10만8천여건 가운데 500건가량을 제외하면 모두 벌금 수배로 파악된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청은 기존의 B수배와 향후 신규 등록되는 B수배의 형 집행장 정보를 입력해 달라며 최근 검찰에 공문으로 협조를 요청했다. 집행장 정보가 없는 수배는 전산망 입력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달했다.
아울러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상 수배자 체포 과정에서 적법절차 준수를 다시금 강조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최근 일선에 관련 지침을 전파했다.
지침은 "관련 절차가 개선되기 전까지는 형 집행장 정보 없이 수배 사실만 확인되는 벌금수배자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 체포(강제구인)할 수 없으므로 상대방에게 벌금 미납 사실만 고지하라"는 내용이다.
경찰 관계자는 "확정판결을 받고도 형 집행에 불응하는 이들은 신속히 신병을 확보해 처벌해야 하지만, 적법절차를 지키고 인권침해 소지를 없애려면 부득이한 조치"라며 "검찰과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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