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하청' 황하가 맑아진다…"생태계 균형 파괴될 우려도"
"수십년 조림·치수사업 성과"…서해 생태계·환경에도 파급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누런 흙탕물로 상징됐던 중국 황하(黃河)의 물이 맑아지고 있다.
중국 시사잡지 중국신문 주간은 지난 2000년부터 황하의 토사 침전물 함유량이 감소하면서 최근 홍수기가 아닌 평시에도 황하 대부분의 구간에서 수질이 급격히 개선됐다고 4일 전했다.
특히 네이멍구(內蒙古) 후허하오터(呼和浩特)시에서 허베이(河北) 정저우(鄭州)까지 1천200㎞의 황하 중류는 최근 급격히 맑아졌다. 이는 기본적으로 맑았던 황하 상류를 포함해 황하의 80% 이상의 구간이 맑아졌다는 의미다.
누런 강이라는 뜻의 황하라는 이름이 이제 걸맞지 않게 된 셈이다.
황하의 연간 토사 이송량은 16억t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침전물을 폭, 높이 1m로 쌓으면 지구를 27바퀴 돌 수 있는 양이다.
하지만 최근 실측 결과 2000∼2015년 기간 황하에 유입되는 침전물은 연평균 2억6천400만t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4대 문명 발상지인 황하는 세계에서 토사 이송량, 함유량이 가장 많은 강으로 '백년하청'(百年河淸·백년을 기다려도 황하의 흐린 물은 맑아지지 않는다) 등의 성어를 낳은 곳이기도 하다.
고대 중국 서북지역의 농업과 문명의 발전으로 산림이 벌채돼 황하 주변 토지의 침식이 가속화된 것이 황하가 누렇게 변한 원인이 됐다고 한다.
퇴적물이 쌓여 강바닥이 평지보다 높은 천정천(天井川)으로 홍수 피해가 잦아 황하를 다스리는 치수가 중국 황제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었다. 그래서 중국 황제의 상징색도 황하에서 유래됐다.
이를 두고 중국 전문가들은 수십년간에 걸친 치수(治水) 프로젝트의 성과라고 자랑스러워 하지만 일각에서는 황하의 침전물 감소로 앞으로 생태계 균형의 파괴를 면키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먼저 천셴더(陳先德) 전 중국 수리부 수문국장은 "전체적으로 황하에 유입되는 토사가 급감하고 물이 맑아지는 추세는 분명하다"며 "맑아진 황하는 1946년부터 벌인 '인민치황'(人民治黃) 프로젝트에 따라 몇대에 걸쳐 분투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상류 황토고원에서 식수조림, 식생회복 등의 사업을 통해 수질과 토양을 개선하고 둑, 제방 등 기술설비를 확대한 것이 토양 유실의 감소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맑아진 황하를 반기는 한편으로 일부 전문가는 다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수리사(史) 전문가인 정샤오윈(鄭曉雲) 윈난성 사회과학원 원장조리는 "맑아진 황하는 긍정, 부정적 두가지 측면을 모두 봐야 한다"며 "총체적으로 치수 작업의 성과로 생태계 환경이 좋아진 것의 방증이기는 하지만 그간 황하의 토사는 대자연과의 균형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산둥(山東)반도의 둥잉(東營), 빈저우(濱州) 등 황하 하류의 도시가 황하의 충적평원에 생겨난 곳이라는 점을 예로 들었다. 황하의 토사는 또 육지 면적을 넓히고 염토를 덮어 토양을 개선하는 효과도 낳았다.
그는 "수만년 동안 황하 연안의 지형, 환경, 식생, 동물은 이미 황하 토사에 상호 적응한 생태계 환경을 만들었고 이미 일종의 묵계가 형성됐다"며 "황하 침전물의 감소는 이런 생태계 균형을 파괴할 수도 있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황하의 혼탁한 흙탕물 환경에 적응해온 잉어 등 생물도 수질의 급격한 변화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와 함께 황하가 흘러드는 서해(중국명 황해)에도 환경 생태계 변화가 파급돼 한반도 서해안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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