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채용비리] "누구는 전화 한 통에 취업"…좌절하는 취준생들
분노보다도 좌절감·허탈함 토로…"취업 비리는 남의 꿈을 뺏는 행위"
(서울=연합뉴스) 금융팀 = "누구는 밤새 자기소개서를 뜯어고치는데 누구는 전화 한 통에 취업하다니…같은 나라 취업준비생이 맞나요?"
최근 우리은행, 강원랜드, 금융감독원 등의 채용 비리가 줄줄이 불거지면서 '취업준비생'(입사 시험 준비자)들 사이에서 허탈감과 분노가 확산되고 있다
5일 취업준비생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커뮤티니와 면접 스터디를 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최근 채용 비리에 대한 볼멘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하반기 채용시즌을 맞아 시중은행과 공기업의 면접 전형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채용 비리 소식이 전해지자 그동안의 노력이 쓸모없는 일 같아졌다며 허탈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1년째 입사원서를 넣고 있다는 고려대 재학생 김모(25)씨는 "정부가 일자리 창출 정책을 펼친다고 하는 데 피부로 느껴지는 것은 전혀 없고 채용 비리 소식만 들리니 답답하다"고 탄식했다.
김씨는 지난주에도 면접 준비 때문에 제대로 잠도 못 잤다며 "좁은 문 뚫겠다고 매일 자기소개서를 고치고 압박 면접을 받으면서도 이 악물고 버티고 있는데 누구는 전화 한 통에 취업이 된다니 이게 같은 나라 취업준비생인가 싶어 허탈하다"고 말했다.
7개월째 취업을 준비 중인 해외 대학 졸업생 이모(26)씨도 "(채용 비리는) 정말 간절히 준비했을 누군가의 자리와 남의 꿈을 뺏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회원 수가 170만명에 달하는 한 인터넷 취업 카페에는 '취업 성공의 첫 번째 요건이 부모'라는 장문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네이버 아이디 'gpan****'은 "취업하는 데 가장 중요한 첫째는 부모를 잘 만나는 것"이라며 "뉴스 창에 '우리은행 채용 특혜'를 검색해 보면 이게 소설인지 현실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권과 공공기관 취업 전문 인터넷 카페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취업준비생들은 채용 비리에 대한 분노보다도 더 큰 허탈감을 토로했다.
네이버 아이디 'gyur****'는 "주변 알음알음 경험담도 어마어마하고 정말 채용 비리에 무관한 기업이 있는지도 궁금하다"며 "빽으로 취업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아니 힘이 빠진다"고 씁쓸해했다.
또 다른 이용자 'taij****'는 "비단 우리은행 한 군데만의 문제겠냐"며 "그냥 한숨도 나고 어디에다 말할 곳이 없어 넋두리를 늘어놓는다"고 말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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