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는 모략이다"…역사 부정하는 日우파의 속내는
신간 '바다를 건너간 위안부'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유네스코가 최근 9개국 15개 단체가 세계기록유산으로 신청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등재를 보류했다.
이번 결정은 유네스코가 위안부 기록물을 접수하자 분담금 지급을 연기하고 탈퇴설을 흘린 일본 정부의 외교전에 따른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은 지난 2015년 중국이 단독으로 위안부 기록물의 등재를 신청했을 당시에도 격한 거부 반응을 보였다.
일본은 도대체 왜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막는 것일까. 일제가 위안소를 경영했다는 사실은 여러 사료를 통해 입증되는데도 위안부 문제를 축소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 학자 4명이 쓴 신간 '바다를 건너간 위안부'(어문학사 펴냄)는 일본에서 여론전을 펼치며 역사적 과오를 부인하고 있는 사람들을 분석한 책이다.
일본 우파는 위안부 문제에 관해 강제 연행은 없었고, 위안부가 수십만 명에 달했다는 설은 근거가 없으며, 위안부는 성노예가 아니었다는 입장을 취한다.
문제는 이렇게 비합리적인 주장이 일본에서 꾸준히 힘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만 해도 위안부 강제 연행을 줄기차게 부정하고 있다.
저자 중 한 명인 야마구치 도모미(山口智美) 미국 몬태나주립대학 교수는 이른바 '역사전'을 벌이고 있는 일본 우파 논단의 특성을 논한다.
그는 "일본 우파는 한국이나 중국이 싸움을 걸어와 휘말렸다고 생각한다"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인식이 국제사회의 보편적 관념과 전혀 다르기 때문에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운동을 모략에 의한 것으로 해석한다"고 강조한다.
일본 우파는 또 압도적인 메시지 물량 공세로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한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신념 아래 다양한 방법으로 의견을 알린다는 것이다.
야마구치 교수는 일본 우파가 이렇게 억지를 쓰는 데는 '민족'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고가 기저에 깔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일본 우파에게는 위안부 강제 연행과 난징 대학살을 부정하지 않으면 일본인은 학살민족, 강간민족 취급을 받게 된다는 두려움이 있다고 분석한다.
대학 강사인 노가와 모토카즈(能川元一)는 "일본 우파의 주장이 국제사회에서 수용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예상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일본 우파의 역사전이 멈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역사전은 단순히 과거의 기억에 대한 투쟁일 뿐만 아니라 자위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존재감을 높이려는 책동이기 때문이다.
한편 어문학사는 1937년 일본 문부성이 간행한 '국체의 본의'를 번역한 '국체의 본의를 읽다'도 출간했다.
일본의 정체성에 관해 고찰한 이 책은 태평양전쟁 시기에 일본 국민의 의지를 통합하는 역할을 했다. 일본 역사와 국민성을 개괄적으로 설명하고, 천황제를 옹호하는 내용을 담았다.
바다를 건너간 위안부 = 임명수 옮김. 252쪽. 1만6천원.
국체의 본의를 읽다 = 형진의·임경화 옮김. 216쪽. 2만원.
psh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