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낭만 낙엽, 환경미화원에겐 끝없는 중노동 대상

입력 2017-11-05 07:30
가을의 낭만 낙엽, 환경미화원에겐 끝없는 중노동 대상

"새벽부터 '낙엽과의 전쟁'…11월은 연중 가장 고된 시기"

(청주=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가을철 환경미화원들의 비질 소리는 그 이전 시기보다 1시간 일찍 새벽의 정적을 깨뜨린다.



지난 3일 어둠이 짙게 깔린 오전 4시 청주시 청원구 우암동 전통시장 앞 도로에서 형광색 상의를 입고 마스크를 착용한 환경미화원이 큰 빗자루로 낙엽을 쓸기 시작했다.

편도 2차선 도로변과 인도에는 플라타너스 가로수에서 떨어진 낙엽이 수북했다.

진녹색과 황갈색 낙엽 덮인 길은 많은 사람에게 가을의 낭만 그 자체다.

그러나 청주시 환경관리 공무직 지영환(37)씨에게는 연중 이 시기가 가장 고되다.

지씨는 "지금부터 한 달 동안이 일 년 중 가장 힘든 시기"라며 "매일 아침 그야말로 낙엽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며 연신 비질을 했다.

그의 환경 미화 담당 구역은 우암사거리 인근 직지대로 등 일대 3㎞가량이다.

전용 마대에 쓸어담고 또 담아도 인도에 쌓인 낙엽은 줄어들 줄 몰랐다. 영상 9도의 제법 쌀쌀한 가을 날씨였음에도 지씨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낙엽 수거작업은 인도를 걷는 사람이 거의 없고, 도로의 차량 통행도 뜸한 새벽에 주로 이뤄진다.

날이 밝아 차량 행렬이 이어질 때는 나뭇잎이 바람에 휘날려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기 때문에 손을 쓸 수가 없다.

출근길 이전에 어느 정도 낙엽을 치우려면 아침 식사를 거르거나 김밥으로 간단히 때우는 일도 허다하다.

이날 오전 4시부터 7시까지 3시간 동안의 작업에 가로 1m, 높이 1.25m짜리 마대 3개가 나뭇잎으로 가득 찼다.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오는 날에는 낙엽이 더 많이 생긴다. 8시간 동안의 수거 분량은 25∼30마대에 달한다.

도로에 떨어진 낙엽을 그대로 두면 교통에 방해될 수 있고, 썩은 낙엽에서는 악취가 발생한다.

지씨는 "가로수는 자동차 매연과 분진을 머금고 있어서 1시간만 낙엽 수거작업을 해도 코와 입이 맵다"면서 "작업이 힘들긴 하지만 깨끗해진 길을 걷는 시민을 보면 뿌듯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청원구에는 지씨를 비롯한 환경미화원 17명이 매일 낙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수거작업은 보통 10월 말 시작해 12월 중순까지 이어진다.



청주시 관계자는 "보기 좋다고 낙엽을 그대로 두자는 시민들도 있지만, 치워달라는 민원이 자주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자신의 집이나 상가 앞의 낙엽을 스스로 쓸어 주는 주민들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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