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스캔들·뉴욕테러·북핵…내우외환 속 亞순방가는 트럼프
"국내 현안 쌓였는데…백악관 너무 오래 비운다" 우려
방문국선 북한·무역 등 까다로운 이슈 대기…"딜메이킹 기술 시험무대 될 것"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3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아시아 순방이 내우외환 속에서 닻을 올린다.
이번 순방의 당면 과제가 될 북핵 위기와 무역 갈등이라는 국제적 이슈는 물론 미국 내에서도 민감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어서다.
특히 본궤도에 오른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와 뉴욕 맨해튼 트럭 테러, 트럼프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인 세제개편 문제가 한꺼번에 불거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길을 무겁게 한다.
따라서 1991년 말∼1992년 초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 이후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25년 만에 가장 긴 아시아 방문 일정을 소화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너무 오래 백악관을 비우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뮬러 특검의 경우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선캠프 선대본부장 출신인 폴 매너포트를 비롯한 3명을 기소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실세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에 대한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검의 최근 기소에 대해 "우리와는 관계가 없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조여오는 수사망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대대적인 감세를 골자로 한 세제개편으로 첫 정치적 업적을 달성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하필 공화당 세제개편안이 순방 직전에 나온 것도 부담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한 외부 고문은 "순방 기간이 너무 긴 데다 심지어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에 방해될 뿐"이라며 "아시아 순방은 세제개편이나 재선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나 백악관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디에 있든 다양한 이슈들에 계속 집중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우려를 일축했다.
방문국에서도 안보, 경제와 관련한 각종 이슈가 기다리고 있다.
싱크탱크 국가이익센터(CNI)의 해리 카지아니스 국방연구소장은 "이번 순방의 90%는 북한에, 10%는 무역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 문제를 비롯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무역협정이 주요 의제가 될 거라는 점에서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수완을 포함, 거래 성사(deal making) 기술을 시험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방문국들이 최근 지도 체제를 재정비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과 어떤 관계를 만들어갈지도 주목된다.
중국은 최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2기를 열었고, 일본 역시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가 새 임기를 시작하는 등 권력을 공고화한 상태다.
아울러 필리핀과 베트남 방문은 트럼프 대통령 체제에서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지원 의사를 시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동아시아국제관계 전문가 밍완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집권 2기 개막 이후 시 주석은 자신감 넘치는 강대국의 지도자처럼 보이고 싶어 할 것이라며 그가 트럼프 대통령을 '황제'처럼 대접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대목은 순방의 최대 목적인 북핵 논의다. 그 중에서도 북한 문제에 있어 중국의 역할을 강조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대북 발언을 내놓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CNN은 순방 기간에 북한이 대형 핵·미사일 도발로 잔치 분위기를 망치고 트럼프가 또다시 격한 언어로 반응한다면 이는 중국에 '방 안의 어른 노릇'을 할 기회를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쿠보 후미아키(久保文明) 도쿄대 교수는 "(미국과 순방국) 정부 간에 의견의 일치가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며 "예측 불가능성은 적을 초조하게 만들지만, 동맹국들 역시 초조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자신이 걷어찼던 TPP 역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불편한 순방 과제가 될 수 있다.
제프 킹스턴 일본 템플대 아시아 연구소장은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TPP에서 손을 뗀 것을 큰 실수라고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TPP는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업적으로 꼽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TPP 탈퇴를 선언했다. 이는 현대판 실크로드를 꿈꾸며 '일대일로'를 추진하는 중국에 오히려 좋은 기회를 내줬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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