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텐센트 다음 타깃은 온라인 생명보험 사업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각종 손해보험 상품으로 재미를 본 중국 IT 기업들이 생명 보험 사업에도 발을 디디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2일 보도했다.
IT기업들은 주차 위반 딱지, 온라인 구매상품의 반송, 교통체증, 항공기 연착, 휴대전화의 액정 파손, 드론 사고 등을 보상해주는 온갖 기발한 보험상품들을 판매하면서 보험 시장의 지형을 흔들었다.
이들은 최근 보험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생명보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수억 명에 달하는 생명보험 미가입자를 공략해 새로운 기회를 찾겠다는 속셈이다.
굴지의 IT 기업인 알리바바 그룹과 텐센트 홀딩스의 금융 자회사들이 아시아 생보사들과 온라인 보험사들의 지분을 늘린 것이 대표적 사례다.
중안(衆安) 온라인 P&C 보험의 웨인 수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생명보험이야말로 "의미있는 상품"이라고 밝히면서 상품과 고객의 관계가 30년, 50년 혹은 그 이상 지속될 수 있고 이에 견줄 수 있는 다른 보험상품은 없다고 설명했다.
중안 온라인 P&C 보험은 4년 전 마윈 알리바바 그룹 회장이 공동으로 설립한 회사로, 중국 최초의 온라인 전용 보험사를 자부하고 있다. 알리바바 그룹의 금융 자회사인 앤트 파이낸셜은 물론 텐센트 등이 주요 주주이며 최근 기업공개도 마쳤다.
이 보험사는 소액 피해를 보상해주는 온라인 보험상품을 판매해 사업을 키웠고 최근 미개척 영역인 생명보험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사업 인가를 신청해 놓고 있는 상태다.
인터넷을 통해 생명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소액 손보 상품을 판매하는 것처럼 쉽지는 않다. 생명보험은 주로 친분을 파고드는 개인 보험설계사들을 통해 판매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온라인 보험사들은 보험료가 낮은 생명보험 상품에 집중하고 보상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청년층을 집중 겨냥하는 방식으로 틈새를 파고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안 온라인 P&C 보험은 현재 앤트 파이낸셜의 모바일 결제시스템인 알리페이를 통한 마케팅과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웨인 수 COO는 생명보험 상품 개발을 위해 알리페이 고객들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중안 외에 다른 금융IT 기업들도 생명보험 사업에 진출하거나 확대하려 하고 있다. 일부는 이를 위해 기존 오프라인 생명보험사들과도 제휴하고 있다.
텐센트 홀딩스는 지난 1월 영국 생보사 아비바의 홍콩 생보사업부 지분 20%를 사들였다. 두 회사는 생명보험 상품을 중국에 출시할 방안을 찾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마윈 회장이 간여하고 있는 증권사 겸 금융IT 기업 윈펑 파이낸셜 그룹은 올여름에 미국 매사추세츠 뮤추얼 생명보험의 홍콩 사업부를 인수하는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아비바의 아시아 수석전략책임자인 알렉스 기무라는 텐센트가 최대의 메신저 서비스인 위챗 덕분에 중국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깊이 파고들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하지만 생명보험상품은 헬스케어나 손해 보험 만큼 온라인 판매가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온라인 생명보험 사업의 잠재적 성장 가능성은 상당히 크다. 특히 IT 환경에 익숙한 청년층을 공략한다면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금융정보 플랫폼인 CBN에 따르면 중국의 온라인 보험 가입자는 지난해 전년 대비 43% 늘어났다. 가입자의 약 80%는 1980년대와 1990년대 출생자였고 이들의 대부분은 비생명보험에 가입한 상태였다.
한편 스위스 리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보험료 수입은 총 4천700억 달러였고 생명보험이 약 60%의 비중을 차지했다. 생명보험 상품의 온라인 판매는 6%에 그쳤으며 ICBC-AXA 생명보험처럼 국유은행들과 제휴한 전통적 보험사들이 주도하고 있었다.
중국은 보험료 수입 기준으로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의 시장이지만 보험료 수입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2%로 미국의 7.3%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낮다.
알리안츠 그룹에 따르면 중국의 생명보험료 수입은 지난해 30%의 성장을 거둬 비생명보험의 성장률 9%를 압도하고 있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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