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곤 기술위원장 사퇴는 신태용 감독에 '양날의 칼'
대표팀 부진 책임 떠안아 신태용 감독 부담 상대적 감소
보호막 사라져 2차례 평가전 부진 시 '퇴진 압박' 거셀 듯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김호곤 기술위원장의 사퇴는 신태용 감독에게 '양날의 검(劍)'으로 작용할 것 같다."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최근 축구대표팀의 부진한 경기력과 '히딩크 사태' 등에 책임을 지고 자진해서 사퇴한 걸 두고 한 축구계 관계자가 내놓은 전망이다.
'김호곤 위원장 사퇴' 카드가 신태용 감독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고, 반대로 불리한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서다.
한국 축구 현실에서 축구협회 기술위원장과 대표팀 감독은 '공동 운명체'적 성격이 짙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을 경질했던 이용수 전 기술위원장이 동반 사퇴했던 게 대표적인 경우다. 이용수 전 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을 영입했던 책임을 지고 경질 결정 후 스스로 물러났다.
김호곤 위원장은 신태용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한 기술위원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대표팀의 부진에 축구팬들의 비난이 이어지자 이번에는 김 위원장이 대신 총대를 멨다.
사실 기술위원장은 대표팀 감독 선임권만 있을 뿐 경기력에 대해서는 감독이 전적으로 책임을 진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신 감독의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사퇴를 선택했다.
일단 신 감독은 축구팬들의 비난 여론을 김 위원장이 한 몸에 떠안고 물러나면서 상대적인 부담이 줄게 됐다.
신 감독은 지난 6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후 4경기 연속 무승(2무 2패) 부진에 축구팬들의 질타를 받았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이란전과 우즈베키스탄전에서 2경기 연속 '무득점-무승부'를 기록하며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했지만, 축하 대신 조롱에 시달려야 했다. 9회 연속 본선 진출 쾌거는 대표팀의 답답한 경기력에 대한 비난으로 묻혔다.
설상가상으로 전원 해외파로 참가한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는 러시아에 2-4, 모로코에 1-3 참패를 당해 전술과 용병술에서 '낙제점'에 가깝다는 악평을 들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축구협회와 우리 대표팀이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이 시점에서 제가 사퇴하는 게 도리라고 판단했다"며 "우리 대표팀과 신태용 감독에게 변함없는 지지와 격려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축구계에 쏠린 비판 여론을 김 위원장이 안고 떠나면서 신 감독이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반면 든든한 바람막이가 사라져 앞으로 불어닥칠 거센 폭풍에는 정면으로 맞닥뜨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신 감독은 당장 오는 10일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전에 이어 14일에는 유럽의 복병 세르비아와의 정면 대결을 지휘해야 한다.
두 팀 모두 월드컵 본선을 일찌감치 확정한 강팀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경기력이 기대에 못 미친 신태용호가 상대하기에는 버거운 상대다.
만약 안방에서 또 한 번 '참패'한다면 신태용 감독을 향한 퇴진 압박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김호곤 위원장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잃은 신 감독이 올해 마지막 두 차례 평가전에서 좋은 성적표를 받으며 기사회생할지, 또다시 참담한 결과로 인해 더욱 심각한 위기를 불러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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