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해커, 전세계 광범위한 해킹…존 케리·우크라 대통령도
AP, 이메일 4만7천건 분석해 명단 확보…"러시아 정부 배후설 부합"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작년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캠프를 해킹했던 러시아 해커조직이 미국과 우크라이나, 조지아, 시리아를 비롯해 자국의 반체제 인사 등 광범위하게 해킹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AP통신은 해커그룹 '팬시 베어'(Fancy Bear)가 2015년 3월부터 2016년 5월까지 해킹을 시도한 지메일의 편지함 4만7천건 이상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팬시 베어의 배후에 러시아 정보기관이 있다는 것은 새로운 내용이 아니지만, 해킹 대상 명단 등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 정보기관의 수사로 작년 미 대선에 러시아 측이 개입했다는 사실은 드러났지만,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공개되지는 않았다.
AP는 사이버 보안업체 시큐어웍스가 공유한 데이터 1만9천여건을 기자 6명이 8주간 분석, 이 해킹그룹의 공격대상 명단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해커들은 미 국방부 거래업체 직원들을 비롯해 민주당과 클린턴 캠프 인사 130여 명의 이메일 해킹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클린턴 캠프의 좌장이었던 존 포데스타를 비롯해 해킹 당시 국무부 장관이었던 존 케리, 콜린 파월 전 국무부 장관, 2003년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웨슬리 클라크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령관도 포함됐다.
우크라이나 페트로 포로셴코 대통령, 작년 도널드 트럼프 캠프의 선대 본부장이었던 폴 매너포트에게 로비를 한 것으로 알려진 세르히 레슈첸코도 해킹 대상에 올랐다. 시리아 내 이슬람 반군도 있었다.
러시아 내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적이었던 석유재벌 미하일 호도르콥스키, 반(反)푸틴 시위를 벌였던 러시아 펑크록 밴드 '푸시 라이엇'의 멤버 마리아 알레키나가 표적이 됐다.
영국의 보안컨설팅기구인 분쟁연구센터의 키어 자일스 소장은 "이 명단이 충족하는 이해에 부합하는 곳은 딱 한군데밖에 없다"며 러시아를 지목했다.
역시 해킹 대상이었던 러시아 미디어 평론가 바실리 가토프는 이 명단에 대해 "작년 초 초 민주당 인사의 해킹 사건과 글로벌하게 맥락이 이어진다"며 "퍼즐이 맞춰졌다. 이제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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