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둥베이 특수강 민영화로 회생…좀비기업 처리 선례될 듯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중국 랴오닝(遼寧)성의 국유 철강 기업이 최근 민영화를 마쳐 향후 수천 개의 좀비기업을 처리할 수 있는 하나의 선례를 남겼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일 보도했다.
랴오닝성의 둥베이(東北) 특수강은 정부의 보조금과 신용에 의존해 간신히 버티고 있는 국영 기업들의 실상을 드러내는 대표적 사례의 하나였다.
둥베이 특수강은 지난해 100여명의 채권자에게 진 70억 위안(약 1조2천억 원)의 부채에 대해 10차례나 디폴트(상환 불이행)를 낸 끝에 결국 10월 법정 관리에 들어갔다.
둥베이 특수강은 사강(沙鋼)그룹의 선원룽(沈文榮) 회장이 45억 위안을 투자하고 최대주주가 되면서 민영기업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둥베이 측은 공시를 통해 선 회장의 지분(43%)은 50%를 밑돌지만 그가 경영권을 행사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랴오닝성의 한 국유기업이 10억 위안을 투자해 10%의 지분을 갖고 채권자들에게 남은 47%의 지분이 배분됐다. 랴오닝성 정부가 갖고 있던 종전 지분은 69%였다.
선 회장은 중국 철강업계에서 성공적인 민간 기업인으로 평가받고 있는 인물로, 37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해 갑부 순위에서 111위에 랭크돼 있다.
공상은행 산하 CIB리서치의 킨 위안 선임 금속 애널리스트는 선 회장이 둥베이의 구조조정에 참여해 대주주가 된 것은 비상한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유력한 민간 기업인이 동북지방 중공업계의 핵심에 진출했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선 회장이 부를 축적한 장쑤(江蘇)성은 민간 기업들이 활성화돼 있어 국유기업들이 주도하는 동북 지방의 기업문화와는 대조적이다. 사강 그룹은 지난 10년간 경쟁사들을 속속 인수해 전국적인 위상을 확보한 최초의 민간 철강회사로 도약할 수 있었다.
둥베이 특수강의 민영화는 정부당국이 시장에 기반을 둔 좀비기업 해결책에 개방적이 되고 있다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국 정부는 좀비 기업들에 대해 부분적인 민영화를 조심스럽게 시도하면서도 경영권을 놓치려 하지 않는 것이 통례였다.
애널리스트들은 중앙 정부가 소유한 국유기업들이 민간 기업으로 전환할 가능성은 없지만 지방정부가 소유한 국유기업들에 대해서는 민영화가 대안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무디스 홍콩사무소의 아이반 청 중화권 신용조사부장은 "중앙 정부의 시각에서 보자면 지방정부가 경쟁력 있는 업종에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국유기업들을 인수할 민간자본을 찾는다는 것은 재정 부담을 줄인다는 점에서 이상적인 것"이라고 논평했다.
둥베이 특수강의 법정 관리에 들어간 것도 좋은 선례에 해당한다. 중국 기업들의 파산 신청이 최근 늘어나고 있지만 제법 규모가 있는 국유기업들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지방정부들은 지금까지 법정 밖에서 해결책을 찾고자 했고 채권자들의 이익보다 사회 안정을 우선시하는 해결책을 들고나와 채권자들의 반발을 사기 일쑤였다.
랴오닝성 정부도 당초 채권자들에게 둥베이 특수강의 회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가 채권자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산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 50만 위안 미만의 부채에 대해서는 전액 현금으로 상환해주고 나머지 채권자들에 대해서는 부분적인 현금 상환 혹은 주식 교환을 택일할 기회를 부여한 새로운 해결책이 마련돼 주주들과 법원의 승인을 받았다. 현금 상환분은 총부채의 40%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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