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모이면 방벽부터…유럽은 이미 차량테러 적응태세
전문가 "예방은 불가"…각국 '안보밀착형 도시생활' 고심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 뉴욕에 앞서 차량돌진 테러를 겪은 유럽 대도시에서는 이미 풍경이 변하고 있다.
분방한 도시생활 속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사람이 조금이라도 모이는 곳에는 어김없이 울타리가 들어서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유럽 각국은 차량테러를 예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노출하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이 뉴욕에 위로와 연대의 뜻을 전했으나 누구도 구체적 재발방지책을 제안하지는 못했다.
극단주의자가 차량으로 행인들에게 돌진하는 사건은 최근 유럽 주요 도시에서 속출했으나 그때마다 속절없이 당했다는 결과론만 메아리쳤다.
작년 프랑스 니스, 독일 베를린, 올해 스웨덴 스톡홀름, 스페인 바르셀로나, 영국 런던 등의 사정이 거의 모두 비슷했다.
프랑스는 재작년 파리테러 이후 수사, 정보당국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국가비상사태가 발령된 상황에서도 차량테러를 막지 못했다.
유럽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차량돌진 테러는 본질적으로 예방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아무 의심을 받지 않다가 갑자기 극도로 효과적이고 흉포한 무기로 돌변하는 자동차의 무서운 속성을 말하는 것이다.
파리에 있는 테러분석연구소의 장-샤를 브리사르 소장은 WP 인터뷰에서 "테러범들이 그런 원시적인 무기를 쓰는 이유가 바로, 예방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들이 안다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브리사르는 정부의 거시적인 안보정책과 상관없이 도시 차원에서는 차량테러 차단을 위해 궁여지책이 있기는 하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EU 시민들을 테러로부터 더 잘 보호하고 안전한 유럽을 탄생시킨다며 지난달 지침을 발표했다.
줄리언 킹 EU 안보담당 집행위원은 당시 "테러리스트의 전략이 바뀌면서 위협받는 회원국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킹 위원은 "인구밀집지 보호를 돕고, 테러리스트들이 위험한 폭발물의 재료나 자금원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는 이를 위해 10억 유로(약 1조3천억원)를 조달하기로 했다. 유럽 주요 도시들은 관련된 대테러 노하우를 교환하는 포럼을 열기로 했다.
이 같은 노력이 즉각적이고 가시적으로 나타난 곳은 도로였다. 각국은 행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방어벽을 세우는 데 먼저 집중하고 있다.
파리는 올해 에펠탑 동, 서쪽에 있는 공원들까지 보안범위를 확대하고 반대쪽에는 방탄벽을 세우는 등의 계획을 세웠다.
올해 5월 칸 영화제 때는 관광객들과 보행자들이 몰리는 해변 산책장 입구에 거대한 강철 장애물과 견고한 화분을 세웠다.
지난 7월 아비뇽 연극제 때에도 이스라엘에서 만든 차량 장애물이 입구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됐다.
올해 템스 강 다리에서 차량돌진 테러가 잇따라 발생한 런던에서도 워털루, 웨스트민스터, 램버스 다리에 방어벽 설치가 이뤄졌다.
영국 다른 도시들에서도 성탄절 시장처럼 보행자가 운집하는 지역을 방어하기 위한 구조믈들이 들어서고 있다.
독일에서도 작년 12월 베를린 성탄절 시장이 차량테러 공격을 받은 뒤 비슷한 대책이 전국적으로 뒤따랐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라파엘로 판투치 국제안보연구소 소장은 방벽 설치가 고려되는 장소가 현격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판투치 소장은 "거리시장이 전에 없는 주목을 받는다"며 "방벽을 세우고나 거리에 바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막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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