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봄소리 "라파우 블레하츠로부터의 이메일, 스팸인줄 알았죠"
보폭 넓히는 김봄소리…워너클래식서 첫 음반도 발매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라파우 블레하츠란 이름의 이메일을 처음 받고서 처음에는 스팸 메일인 줄 알았어요. 하하. 근데 정말 제가 아는 그 블레하츠가 맞더라고요."
차세대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28)는 2일 서울 광화문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2005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라파우 블레하츠와의 듀오 활동을 포함한 향후 계획을 밝혔다.
블레하츠는 폴란드 작곡가 쇼팽의 작품으로 경연을 펼치는 쇼팽 콩쿠르에서 1975년 크리스티안 짐머만 이후 30년 만에 배출된 폴란드 출신 우승자로 유명세를 떨친 연주자다. 당시 임동민-동혁 형제가 공동 3위에 올라 국내에서도 크게 화제가 됐던 대회다.
여전히 쇼팽에서 가장 매력적이란 평가를 받는 블레하츠는 작년 10월 폴란드에서 열린 '비에니아프스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 출전한 김봄소리의 연주를 듣고 '대뜸' 이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김봄소리는 당시 이 대회 2위에 올랐는데 '1위보다 탁월했다'는 논쟁적인 평가가 잇따랐을 정도로 인상 깊은 연주를 선보였다.
"블레하츠가 TV로 제 콩쿠르 연주를 보고 유튜브를 통해 제 연주 영상을 많이 찾아봤다고 해요. 제 음악이 마음에 든다면서 먼저 연락을 해줬어요. 음악적으로 잘 맞을 것 같다는 내용이었죠. 같이 연주를 해본 적이 없을 뿐 아니라 일면식도 없는 사이인데, 너무도 고맙고 반가웠죠. 저 역시 그의 팬이었기 때문에 정말 '심쿵'(심장이 쿵쾅거린다는 의미) 했어요. 하하."
이들은 내년 6월부터 폴란드를 시작으로 독일 베를린, 이탈리아 밀라노, 벨기에 투어 등을 함께 할 예정이다.
블레하츠가 러브콜을 보낸 계기가 된 비에니아프스키 국제 콩쿠르를 포함, 김봄소리는 최근 6년 새 13개 국제 콩쿠르에 도전해 이 중 11개 대회에서 입상하는 성과를 일궜다. 참여했던 콩쿠르도 차이콥스키 콩쿠르, 뮌헨 ARD 콩쿠르, 하노버 바이올린 콩쿠르 등 굵직굵직한 대회들이다. 그에게 '콩쿠르 사냥꾼'이란 별명이 붙는 이유다.
그는 "연주 기회를 잡고, 인지도를 쌓기 위한 출전들이었다"며 "콩쿠르에 집중적으로 도전한 경험들이 쌓여 최근 바빠진 연주 스케줄도 자연스럽게 잘 감당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예쁜 외모와 털털한 성격으로 많은 남성 팬도 보유하고 있는 이 '콩쿠르 사냥꾼'은 최근 첫 음반이라는 큰 '수확물'도 건져 올렸다.
야체크 카스프치크가 지휘하는 폴란드 국립 바르샤바 필하모닉과 함께 비에니아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2번과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2번을 연주한 앨범으로, 세계적 레이블 워너클래식을 통해 지난달 27일 전 세계 발매됐다.
이 중 비에니아프스키 협주곡 2번은 비에니아프스키 콩쿠르 최종 결선에서 연주했던 곡이다.
콩쿠르 해설을 맡았던 한 음악 평론가는 김봄소리가 자신의 예상과 달리 1위가 아닌 2위에 그치자 워너클래식과 음반 계약을 진행 중이던 바르샤바 필하모닉에 그를 협연자로 적극 추천했다.
김봄소리는 오는 11월 28일 미국 뉴욕 카네기홀 리사이틀홀에도 데뷔하며 활동 보폭을 넓히고 있다.
그는 향후 음악 활동에 대해 "나 자신을 설득할 수 있는 음악을 하겠다. 식상하지만 진심을 담은 음악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소신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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