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같은 성화, 끝까지 잘 지켜 평창으로 가져가야죠"

입력 2017-11-02 15:31
"'아기'같은 성화, 끝까지 잘 지켜 평창으로 가져가야죠"

성화 운송길 불꽃 지킨 평창조직위 김찬휘 성화봉송 총괄팀장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기술적으로 여러 장치가 있지만, 기계만 믿을 수는 없잖아요. 불씨를 지키려면 다루는 사람의 노력도 중요하죠."

김찬휘(41)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성화봉송 총괄팀장은 지난달 31일 그리스 아테네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에서 평창을 밝힐 성화의 불씨를 성화봉에서 받아 안전램프에 점화했다.

제주 지역 봉송이 시작된 2일 김 팀장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성화 인수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이희범 조직위원장과 스타디움을 가로지르며 관중의 큰 박수와 환호를 받았는데, 한국 전체를 돌아야 하는 이 불씨의 의미가 대단하다는 생각에 막중한 사명감이 생겼다"며 감격스러워했다.

불씨를 품은 안전램프는 보안 케이스에 이중으로 담겨 인수단 전세기 28 D·E 좌석에 놓인 채 1일 한국 땅에 무사히 도착했다. 김 팀장은 같은 열 A좌석에 앉아서 10시간 넘는 비행시간을 노심초사해야 했다.

김 팀장은 이 과정을 "아이를 돌보는 엄마처럼 계속 지켜보며 살펴야 했다"고 표현했다.

"IOC에서 늘 얘기하길 성화는 '아기같이' 다뤄야 한다고 해요. 기내에서 기압 변동 등 환경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해서 늘 조마조마했죠."

김 팀장을 비롯한 인수단이 그리스에서 가져온 성화는 1일 인천대교를 시작으로 봉송에 들어갔다. 내년 2월 9일 개막식이 열리는 평창에 도착할 때까지 전국을 누비는 여정이 이어진다.

김 팀장은 "'아기'가 갑자기 죽는 일이 없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어떻게든 불이 꺼지지 않도록 잘 보존해 스타디움으로 보내는 것에 지금은 모든 걸 집중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한화와 함께 안전램프, 성화봉을 개발하면서 자체 실험실을 만들어 여러 풍향, 풍속, 강우 등을 테스트하는 등 기술적인 부분은 여러 장치를 통해 갖춰졌지만, 여기에 인간의 애정, 정성이 더해지지 않으면 성화를 지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원래 공공이벤트 전문 기획자인 김 팀장은 2014년부터 조직위에 합류해 성화봉송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민간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원해왔던 올림픽을 위해 도움이 되고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는 게 동기로 작용했다.

김 팀장은 이번 성화봉송 중 문화·환경·평화·경제·ICT(정보통신기술) 5대 올림픽 주제를 담은 테마 봉송 등을 '관전 포인트'로 꼽으며, 특히 특정 주자뿐만이 아닌 많은 이가 함께 즐기는 성화봉송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그는 "통상의 방식은 1명의 주자만 빛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엔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지원 주자 2천18명에 모바일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현장을 공유하는 '홍보 주자'라는 개념도 도입했다"며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 만큼 100일간 이어질 봉송 길을 '모두를 빛나게 하는 불꽃'이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되도록 많은 국민이 즐기는 게 그의 소망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30년 동안 우리가 너무 달리다 보니 여유 없이 많은 걸 놓치고 산 것 같아요. 전국을 돌아다니는 성화봉송을 축제의 기회로 활용했으면 좋겠습니다. 서울 올림픽을 경험한 세대로서 6명의 조카에게 좋은 기억을 남겨주고 싶어서라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큽니다. 우리 모두의 기회니까 놓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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