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야" 달리는 지하철서 화재 훈련…연기 뚫고 지상으로

입력 2017-11-02 15:36
"불이야" 달리는 지하철서 화재 훈련…연기 뚫고 지상으로

서울 5호선 목동역서 '안전한국훈련'…대피·진화·검거 '일사불란'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불이야! 살려줘요, 구해주세요."

2일 오후 2시 9분께 주행 중이던 서울 지하철 5호선 방화행 9506 열차 안에서 흰 연기와 함께 비명이 터져 나왔다. 누군가가 외친 "불이야!" 소리에 맞춰 승객들은 입과 코를 막은 채 허리를 숙이고 옆 칸으로 몸을 피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훈련은 '안전한국훈련'의 하나로 달리는 지하철에서 진행된 화재 대응 훈련이다. 전동차에 불이 나는 상황을 가정해 승객들이 신속하고 안전하게 몸을 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훈련은 양평역을 출발해 오목교역을 지나 목동역을 향하는 전동차에서 이뤄졌다. 양천구 주민 40여 명을 비롯해 경찰, 소방, 서울교통공사 관계자 등 총 330여 명이 참여했다.

사회에 불만을 품은 신원 미상의 한 남성이 전동차 바닥에 미리 준비한 인화물질을 뿌리자 '푸시식' 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피어올랐다. 승객들은 전동차 안내 방송에 따라 허리를 숙이고 창문을 치며 옆 칸으로 이동했다.

전동차 승무원은 "앞쪽에서 두 번째 객실에 화재가 발생했다"며 "화재가 발생한 곳으로부터 앞, 뒤 객실로 대피해 달라"고 침착하게 안내 방송을 내보냈다.

'긴급 상황'에 전동차는 미처 목동역에 정차하지 못하고 기관실 앞부분만 겨우 승강장에 걸친 채 비상 정차했다. 승객들은 차례로 줄지어 전동차 밖으로 몸을 피했고, 일부는 기관석 문을 통해 철로로 내려간 뒤 준비된 사다리를 타고 승강장으로 올라섰다.

전동차 문이 열리자 긴급 출동한 소방대원이 전동차 내부로 진입해 화재를 진압했고, 구급대원은 들것으로 부상자를 옮겼다.

역사에서는 "오목교역을 출발해 우리 역으로 진입하는 방화행 열차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상황을 알렸고, 대합실에서는 출동한 경찰이 빨간색 경광봉으로 가까운 출구로 안내했다.

물을 뿜어 연기를 차단하는 장치인 '수막차단벽'이 가동해 계단 위로 '뚝뚝' 떨어지는 물줄기를 맞으며 지상까지 뜀박질했다. 숨을 고르고 시계를 보니 오후 2시 17분. 화재가 발생하고 부상자를 포함해 모두 대피를 마치는 데 약 8분이 걸린 셈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예상한 시간 9분보다 약 1분이 단축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훈련에서는 목동역 대합실에서 괴한이 불을 내는 상황을 가정한 훈련도 함께 진행됐다.

역사 편의점 옆에서 '꽝'하는 폭음탄 소리와 함께 연기가 피어오르자 지나가던 승객들이 '픽픽' 쓰러졌다. 이내 출동한 경찰은 폴리스 라인을 쳤고, 소방대원은 호스를 통해 물줄기를 뿜어댔다.

다친 승객을 들것으로 옮기고, 화장실에 숨어 있던 방화범을 제압하기까지는 약 3분이 걸렸다. 전기·가스 안전 등을 확인한 뒤 오후 2시 25분께 지하철 운행을 정상적으로 재개하면서 훈련은 막을 내렸다.

훈련에 참여한 양천구 주민 장미숙(49·여)씨는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달리는 지하철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며 "시간을 내어 이번 행사에 함께하니 그래도 내 자녀들에게 '만일의 사태'가 일어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줄 수 있게 됐다. 나도, 내 가족도 위험에 대처할 수 있게 돼 소중한 경험이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날 훈련으로 지하철 5호선 운행이 약 15분간 중단됐다.

서울교통공사는 3일 7호선 반포역 지하 1층 '가상현실 안전체험장'에서 가상현실(VR)에 기반한 화재 대피 체험 행사를 열 예정이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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