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왕성' 풍납토성 복원 길 열리나…법원 "사업인정고시 적법"

입력 2017-11-02 15:26
'백제왕성' 풍납토성 복원 길 열리나…법원 "사업인정고시 적법"

대전고법 "성벽 등 존재 추정하는 게 합리적…복원·정비 위해 공장부지 수용"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한성 도읍기 백제의 왕성으로 추정되는 서울 풍납토성 복원사업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항소심 법원이 풍납토성을 점유한 레미콘 업체와 이 업체의 이전을 추진해 온 정부와의 소송에서 1심 판결과는 달리 정부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대전고법 제1행정부(허용석 부장판사)는 2일 삼표산업이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낸 사업인정고시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1925년 대홍수로 중요 유물이 다량 출토되면서 존재가 처음 학계에 알려진 풍납토성은 1997년 발굴조사 이후 다량의 백제 토기와 건물터, 도로 유적 등이 나왔고, 너비 43m·높이 11m 규모의 성벽이 확인돼 학계에서 한성 도읍기(기원전 18년∼475년) 백제 왕성으로 공인됐다.

문화재청과 서울시, 송파구는 풍납토성을 복원하려고 지하에 문화재가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삼표산업 풍납레미콘공장의 이전을 추진했다.

업체가 이전을 거부하자 송파구는 공장 부지를 강제 수용하는 절차를 밟았고, 국토교통부도 지난해 2월 이를 승인했다.

삼표산업은 "서울 풍납토성 복원·정비 사업의 사업 인정 고시를 취소하라"며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1월 선고된 1심에서 승소했다.

업체는 "공장 부지에 풍납토성 성벽이나 성곽 등 존재를 확인한 후 사적 지정처분을 해야 하지만 사전 유구(遺構·건물의 자취) 조사 등 문화재 보호법에서 정한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며 "공장을 이전시킬 목적에서 비롯된 표적 수용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풍납토성 서성벽이 존재할 가능성이 없어 풍납토성 내 레미콘 공장을 이전할 필요가 없다"며 업체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국토부가 항소했고 이번 항소심에서는 뒤집힌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풍납토성 전체 복원 정비 사업의 핵심 권역인 수용 대상 부지에 성벽 등이 존재하였을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성벽 등이 수용 대상 부지를 관통하지 않았더라도 풍납토성의 전체 형태 등에 비추어 성벽 등 시설에 매우 근접한 위치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성벽 등의 복원·정비를 위해서는 수용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원고 등에게 발생하는 사익 침해의 정도가 문화재 등의 가치를 보호하는 공익에 비춰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kjun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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